[산업일보]
전세계적으로 경량화 소재에 대한 연구가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이 일부 분야에서는 ‘낙제’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비교대상국 중 후발주자로 꼽히는 중국조차 60점이 최저점수였던 것으로 드러나 우리나라의 기술발달 수준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까지 발생하고 있다.
비즈오션이 17일 오전 한국기술센터에서 주최한 ‘2016 경량화 소재/부품 최신기술 동향과 상용화 전망 및 비즈니스 전략’ 세미나의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하 KEIT)의 임병직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고부가가치 화학소재 수요의 대량 수입으로 국내 화학소재 산업의 침체와 함께 기술 보유국에 의한 기술 종속이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임 연구원이 제시한 국가별 탄소소재 기술수준을 살펴보면, 100점 만점으로 우리나라는 활성탄소와 카본블랙, CNT, 그래핀 등에서는 70~100점의 점수를 획득했으며, 이 중 그래핀 분야는 미국과 함께 100점을 획득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탄소섬유는 60점을 획득해 간신히 낙제를 면하는데 그쳤으며, 인조흑연은 30점이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화학소재 산업의 연구개발의 문제점에 대해 “기존의 R&D 지원은 소재와 자동차 각각의 지원에 한정돼 있으며, 산업간 융합을 포함한 대형 R&D 프로그램 추진은 미흡했다”고 지적한 임 연구원은 “앞으로 자동차용 화학소재 적용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화학 소재의 국산화 개발을 위한 R&D 지원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부가가치가 높은 소재와 부품 분야에 중소기업이 집중돼있는 산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해당 분야에 대한 지원을 통해 국내 수송기기·화학소재 산업의 생태계의 경쟁력을 제고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2025년까지 차량 경량화 소재산업 세계 4대 강국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언급한 임 연구원은 “연비 및 이산화탄소 규제 강화로 경량화, 기능화, 친환경이 생존의 필수요소로 급부상했으며, 현대차는 최근 출시한 준중형 세단인 아이오닉의 대시보드에 친환경 소재인 목탄과 화산석을 섞어 제작한 합성소재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해외 시장에서 더욱 활발하다고 임 연구원은 전했다. 이미 세계적인 자동차 및 화학회사는 주요 컨셉카 및 스마트카에 혁신적인 화학소재를 확대 적용해 다가올 미래자동차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BMW는 전기차인 'i3'모델에 유칼립투스 나무를 깎아서 대시보드를 만들었으며, 올리브 잎에서 추출한 원료를 섞어 제작한 가죽 시트를 장착했다. 또한 재규어는 준중형급 스포츠세단인 'XE'의 경량화를 위해 차체의 100%를 알루미늄으로 만들기도 했다.
현재 자동차의 경량화 기술은 크게 금속대체 하이브리드 소재기술과 초고강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기술, 다기능 고경량 발포소재 기술 등으로 구분되며 이를 활용하면 강도와 내열성은 각각 250%, 30% 향상되는 반면, 밀도는 10% 절감된다. 아울러 차량의 무게가 10%감소하면 연비는 6% 증가하는 만큼 화학소재의 성장은 앞으로도 급속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임 연구원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