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해 왔지만, 특히 요즘은 트렌드에 ‘민감’하다.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이 시대가 ‘감각’에 가치를 두는 감각의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요새 사람들은 이 고유의 감각, 다시 말해 취향으로 뭉치고 흩어진다. “저 사람은 나랑 코드가 맞는 것 같아”, “아 촌스러워”….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요즘 아이들은 소위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트렌드에 민감하게 길들여진다.
‘트렌드코리아 2016’에서 김난도 교수는 “‘관계중심형’ SNS에서 피로를 느낀 사람들이 정보 획득과 관심사 공유를 중심으로 모이는 ‘취향중심형’ SNS로 선회하고 있다”고 최근 트렌드를 설명했다. ‘해시태그’는 취향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감각이란 자고로 ‘사물에서 받는 인상이나 느낌’이란 의미로, 체계적인 사고과정을 요하는 이성 작용보다 즉각적이며 찰나에 구속받는다. 20세기 저명한 신학자인 프란시스 쉐퍼는 그의 저서에서 감각의 트렌드를 이끄는 문화와 예술의 힘에 대해 언급하며, 어떤 사람이 한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스스로 알아차리기도 전에 그의 사고와 정서가 영향을 받기 쉽다고 말했다.
그런데 감각보다 더 빠른 ‘기술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현대 사람들의 감각 위에 덧입혀져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거대한 ‘기술문명’의 시대가 도래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술은 주로 인간의 편의와 연관 지어 졌었다. 하지만, 이제 기술은 사람의 감각과 더 밀접한 관련성을 갖으며,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기술 감각의 시대인 것이다.
가장 가깝게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보자. 처음에 스마트폰은 기존 2G폰이 가지지 못한 스마트하고 편리한 기능으로 주목받았었다.
지금은 어떤가? 스마트폰은 이미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 같다. 이제 경쟁은 디자인과 어플리케이션의 싸움이다. 누가, 어떻게 하면 소비자의 눈과 귀, 촉감을 비롯한 감각을 사로잡을 것인가의 문제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는 더 이상 단순히 ‘더 선명하게’, ‘더 편리하게’ 촬영하는 기능에 만족하지 않는다. ‘더 예쁘게’, ‘더 감각적으로’, ‘더 재밌게’ 촬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작은 손 안에서도 이렇듯 감각적인 기술들이 시시때때로 마음을 도적질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술의 영향력이 우리의 사정권을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빅데이터, 컴퓨터 기술, ICT 융합기술의 발달은 기계에 인공지능을 부여하며, 그 영향력을 더 깊고, 넓게 만들어 주고 있다.
IoT(사물인터넷)의 발전으로 촘촘해진 디지털망을 통해 수많은 사물들이 서로 연동된다. 상상할 수도 없이 많은 양의 데이터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신속하게 오고가며, 이 방대한 데이터들은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해 쏟아놓을 것이다.
방대한 데이터, 즉 빅데이터는 인공지능의 발달을 촉진한다. 최근에는 신경망 프로그래밍을 통해 기계가 누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학습’이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생각보다 훌륭할 것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의 생각보다 빠른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긴다.
인공지능학자인 제리 카플란은 ‘인간은 필요없다’란 저서에서 “진짜 큰 위험은 사람이 위기를 인식하기도 힘들다는 점”이라며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실체 없이 원거리의 클라우드 서버 내에 있는 ‘인조지능(synthetic intellect)’이 될지도 모른다. 옛날 산업혁명 초기 러다이트들은 그들 대신 일을 차지한 방적기를 박살냈다지만, 만일 상대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라면 대체 어떤 식으로 대항해서 싸울 수 있겠는가?”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