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기억
“감정이라는 게 뭔지 알아요? 감정은 기억이에요. 옛날에 나쁜 사람에게 한 번 당한 것을 기억하죠? 그러면 이 비슷한 사람을 보면 기분이 나빠요. 감정이죠. Emotion is memory. 그 전의 나쁜 감정을 기억하고 있는 거예요. 기억이 없으면 감정이 없어요. 감정은 기억이죠. 맛있는 것 먹었던 것을 기억하면 다시 볼 때, 맛있을 것 같다는 감정을 느끼죠. 기억을 자꾸 되살리는 것입니다. 기억을 어디서 하냐면 여기가 기억하는 거예요(말하는 뇌 그림을 가리키며). 그래서 여기 뇌의 오른쪽 아래에 Emotion/Memory라고 쓰여 있죠? 사실 잘 몰라요. 그럴 것으로 추측하는 것이죠”
조 이학박사는 AI에 관한 기자 질문의 본질인 감정에 관해 “감정은 곧 기억”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아직은 추측일 뿐 아직 뇌를 다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뇌를 컴퓨터라고 생각하고 잘라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아직 뇌가 어떤 모양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어서다.
AI 보다 더 복잡한 인간의 ‘뇌’
“우리는 뇌가 어떻게 생겼는지 10% 밖에 못 봐요. 어떻게 생겼는지 뇌가 이럴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을 아트피셜 인텔리전트(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이라고 하죠”
조 이학박사의 말을 들어보니 우리가 뇌를 모르는데 로봇이 사람의 뇌처럼 한다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이를 묻자 그는 바로 “불가능하죠. 아직 뇌를 다 알려면 시간이 걸려요. 컴퓨터를 봐요. 칼로 컴퓨터를 잘라서 속을 본다고 가정할 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라고 답했다.
죽은 것을 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컴퓨터 역시 살아있을 때 봐야 의미가 있다. 그런데 불과 30년에서 40년 전까지 산 사람의 뇌를 볼 수 없었다. 미친 사람의 뇌를 잘라 봐도 왜 미쳤는지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죽은 머리를 잘라봐야 소용없다고 말했다. “컴프레션 메커니즘(Compression Mechanism)이 돌아가고 있는데 죽은 머리는 잘라도 소용없습니다”
조 이학박사의 말에 의하면 살아있는 사람의 피가 흐르는 뇌를 보기 시작한 것은 30년에서 40년 정도밖에 안 됐다. CT에 이어 PeT가 나오고, MRI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산사람의 뇌를 볼 수 있었는데도 아직 해상도가 떨어진다. 그는 “이렇게 섬세한 머리를 낮은 해상도로 보고 있으니까 엉터리”라면서 “그래도 안 본 것보다 낫다”고 말을 이었다.
몇십 년은 연구해야 뇌를 더 알 수 있을 것
“그런데 점점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조금씩 더 알기 시작했지, 지금도 아주 초기예요. 그래도 이런 뇌에 관한 연구가 이어져야 산업과도 연관될 수 있어요”
그는 말을 이으면서 20일 건국대학교에서 제3의 뇌를 주제로 강의한 귀한 자료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마치 우주처럼 보이는 이 그림은 뇌라고 설명했다. “우주를 우리가 전부 모르듯이 뇌도 모르는 것이에요.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뇌를 보자 문득 미국의 버락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 Ⅱ) 대통령의 두뇌연구 프로젝트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가 생각나 기자가 이를 언급했다. 그러자 조 이학 박사는 “1990년에 미국의 전 대통령 조지 부시가 뇌를 연구해보라고 제안해 2000년까지 10년 동안 연구했는데, 아무것도 알게 된 것이 없다”고 했다.
“다시 최근에 와서 오바마 대통령이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2013년에 35억 불을 투자했고, 구라파에서는 ‘15억 불을 쓰겠다’. 일본에서도, 중국에서도 ‘뇌를 연구하겠다’. 하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는 없습니다”
조 이학박사는 중국 ‘차이나 슈퍼브레인’의 자문 교수이기도 하다. 차이나 슈퍼브레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브레인 이니셔티브와 같은 맥락의 프로젝트다. 이렇게 중국, 일본 등 사방에서 하고, 우리도 한다는데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조 이학박사는 이것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고, 몇십 년은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이 ‘묻지마 연구’의 일종이다.
“연구할 때마다 조금씩 보이니까 이런 것을 하나씩 서로 맞춰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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