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알파고와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알파고가 4대1로 완승을 거두면서, 인공지능(AI)이 반상 대결에서만큼은 인간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산산조각 냈다.
이 대결을 지켜본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그런데 그 놀라움에는 조만간 인간의 일자리까지 인공지능에게 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상당히 포함된 것 같다.
실제로 인공지능은 불가침 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에도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심지어 ‘로봇 저널리즘’까지 나타났다. 로봇이 기자를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로봇 저널리즘은 미국 언론계에서는 낯선 현상이 아니다. ‘LA타임즈’나 ‘로이터’ 등의 언론에서는 속보 기사의 일부를 이미 로봇으로 대체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자료 검색부터 데이터 수집, 기사 작성까지 수행한다. 주로 데이터가 방대하고 기사의 형식이 분명한 지진, 스포츠, 금융과 관련한 단신 기사에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퀘이크봇(Quakebot)’은 지진과 관련한 기사를 작성하는 로봇으로, 진도 3.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스스로 기사를 작성해 LA타임즈에 전송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최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로봇이 작성한 기사와 사람이 작성한 기사 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게다가 로봇을 활용하면, 인건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어 언론계에도 로봇이 확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자리를 위협받는 현직 기자들의 반발이 크다. 하지만, 더 심오한 문제가 있다.
‘사실’과 ‘진실’이 꼭 같은 것은 아니다.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의 단순한 사실적 보도가 때로는 진실을 은폐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언론의 기본 기능이 ‘비판과 감시 기능’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차가운 사실만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로 언론의 소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순보도 기사에는 없는 생생한 ‘현장감’, 현상 너머를 통찰할 수 있는 ‘혜안’은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