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아날로그 비디오가 올해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일본의 닛케이 신문은 21일 후나이 전기가 이달 말 VCR(Video Cassette Recorders)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로써 반세기 가깝게 사용되던 아날로그 비디오 기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아날로그 비디오 기기와 관련해 유명한 기술표준 논란이 있었다. VHS 방식과 베타맥스 방식을 놓고 벌어진 표준 선정 논란이었다.
베타맥스 방식은 화질과 음질이 뛰어나지만 관련 장비의 가격이 고가여서 대중화에 실패하고 말았다. 화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대중성에 앞선 VHS 방식이 기기 보급 활성화에 힘입어 80년대 후반부터 아날로그 비디오 시장에 대세를 차지하게 된다.
베타맥스 기술은 이후에도 명맥을 이어왔지만 지금은 거의 잊혀진 기술이 됐다. 기술 역시 다수가 사용하지 않으면 표준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기술 표준 분야는 우수성보다는 접근성, 대중성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것은 일반 산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그 기술이 세계적으로 통용되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없다.
최근 지상파 초고화질(UHD) 기술표준안 제정을 앞두고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암호화 기술을 채택할 지 여부가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국들은 UHD 방송에 암호화 기술을 적용해 콘텐츠 무단 유통을 사전에 차단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암호화 기술을 채택하는 국가가 전무해 우리나라만 국제적인 기술 규격과 동떨어진 UHD TV 산업 생태계를 가지게 될 수 있다.
국내 판매를 위해 내장형 안테나를 포함한 TV를 따로 제조하면 관련 비용이 추가되며 글로벌 경쟁력에도 부정적 요소가 된다는 것이 TV 제조업체들의 주장이다. UHD 방송 실시는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라 이후 국제 표준이 어찌 결정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래부는 국내 방송 표준 방식 제정을 내년 2월 수도권부터 지상파 UHD 본방송이 시작 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든 그 결과는 가전산업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이들 산업과 관련된 많은 기계 분야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기술을 선도하는 위치에 올라서면 독자 표준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부만 사용하는 비대중적인 기술이 세계화에 성공한 적은 없다. 국내 시장만 생각하다 세계 시장을 놓치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기술 표준은 자존심이 아니라 실리에 의해 결정될 필요가 있다. 과거 VHS가 입증한 역사적 사례를 잊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