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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성공스토리⑬] 원산지 사후검증 위기를 기회로
하상범 기자|ubee1732@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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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성공스토리⑬] 원산지 사후검증 위기를 기회로

‘원산지 관리 시스템’과 ‘전문 컨설팅’ 중소기업에 도움

기사입력 2016-08-06 08: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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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성공스토리⑬] 원산지 사후검증 위기를 기회로

[산업일보]
자유무역협정(FTA) 체제에서 FTA 원산지 증명을 통해 관세혜택을 받은 경우 수출기업들은 향후 받게 될 원산지 사후검증에 대비해야 한다. 수출업체들은 원산지 사후 검증을 위해 관련 서류 등을 협정에서 규정한 기간(5년) 동안 보관할 의무가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 가운데는 FTA 활용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사후검증에 대해서는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원산지 사후검증 결과, 원산지가 부인되면 그동안 받았던 모든 혜택이 한꺼번에 사라질 뿐만 아니라 더 큰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보다 FTA 경험이 많은 미국에서도 원산지 규정 위반 사례가 존재한다. 지난 2001년 미국 굴지의 자동차 회사인 포드는 해외 협력업체의 원산지 자료를 제시하지 못해 4천200만 달러를 추징당한 사례가 있다.
문제는 FTA 원산지 사후검증 대비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스스로 모든 것을 관리하기가 어렵다. 회사의 재고관리시스템과 FTA와의 연계, 각각의 FTA 원산지 결정 기준 충족 여부, 자료의 보관 등을 자력으로 원활히 해나가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TA를 완벽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원산지 사후검증 능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FTA 활용도 제고를 위해 ‘원산지 관리 시스템’을 보급하는 한편, 전문 컨설턴트들을 통해 FTA 관련 지식과 업무 방안을 전파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제도에 참여하면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FTA 원산지 관리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독일세관 “1개월 내 원산지 사후검증 자료 제출하라”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에 소재한 O사는 1998년 설립돼 2011년 무역의 날에 ‘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전문 수출상사다. O사는 자동차 공조(A/C System) 분야 부품 제조설비(기계), 테스트 장비 및 부품을 주로 수출하고 있다. 수출대상 국가는 인도, 중국, 유럽 등이며, 사업 초기부터 FTA 업무 능력을 배양해 고객사가 요청하는 경우 특혜관세 적용을 위한 FTA 원산지증명서도 발급하고 있다.
그동안 별 문제없이 수출을 진행하고 있던 O사가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은 지난해 4월이었다. 2013년에 수출했다던 품목에 대해 독일세관의 의뢰를 받은 국내 세관으로부터 ‘역내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원산지 검증을 요청받았다. 한-EU FTA 사후검증을 받게 된 것이다.

한-EU FTA는 수입국 관세당국이 수출국 관세당국에게 해당 수입건에 대한 원산지 진위여부를 위탁해 수출국 세관이 주체가 돼 검증을 수행하는 ‘간접검증’ 방식을 택하고 있다.(수입국 세관 참관 가능) 따라서 직접검증으로 규정돼 있는 협정보다 검증 당국과의 의사소통 등에 좀 더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또한 검증 요청을 받은 수출국 관세당국은 원산지 검증 결과를 수입국 관세당국에 통보해야 하며, 수출국 관세당국이 10개월 내에 회신하지 않을 경우 수입국 관세당국은 특혜관세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
그런데 독일세관이 정한 사후검증 대응자료 제출 시한은 불과 1개월이었다. 전체 직원 수가 8명에 불과한 회사로서는 사후검증 자료를 작성해본 경험도 전혀 없거니와 사내 업무를 보면서 사후검증 대응자료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낼 수도 없어 자체적인 사후검증 대응이 거의 불가능했다.

외부 자문을 모색해 봤지만 비용 부담이 크고 부담스러워 정부지원 사업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했고 O사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FTA 활용 컨설팅 사업을 알게 됐다. 이 사업을 통해 원산지 사후검증 대응 컨설팅을 신청, 전문가의 자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제조원가 공개 놓고 제조업체와 이견
독일세관이 원산지 검증을 요청한 품목은 대형 설비였다. 금액만 해도 약 90만 달러에 달하는 고가 설비로 제조에만 약 1년이 소요된 대형 프로젝트였다. 수출 품목의 HS코드는 8479.89였다. 이 품목은 한-EU FTA 특혜관세 적용품목에 포함돼 있으며 이를 적용하면 일반 관세율 1.7%가 0%가 된다. 바이어는 FTA 관세율을 적용받아 약 2만 달러의 수입관세를 절감할 수 있었는데 이 점이 O사에 발주한 배경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 제품이 ‘역내산’임을 입증하는 자료를 준비하려면 설비를 최종 제작한 기업과 제품에 부분품 및 원재료를 공급한 협력업체들 모두로부터 원산지 증빙 서류를 전달받아야 했다. 또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제조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이를 두고 제조업체와 오랜 시간 협의해야만 했다. 사후검증 대상 물품의 원산지 판정기준은 부가가치기준 가운데 하나인 ‘MC 50’이었다. MC법(iMport Contents Method)은 역외 부가가치가 일정수준 이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상품가격에서 비원산지재료의 가격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역내가치로 보는 방식을 말한다. 즉, MC 50은 상품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원산지 재료비 비중이 50% 이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MC 50은 제조원가를 공개하지 않으면 원산지 판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제조업체는 자사 재료비를 공개하는 것은 “제조사의 영업마진을 공개하는 것”이라며 거부했다.
제조업체를 직접 찾아가 사안의 중대성을 설명하고, 이번 대응을 제대로 못해 ‘역내산’이 아니라는 결과 판정이 나올 경우 거래 관계가 끊길 수도 있다는 점과 제조원가는 검증 대응 이외에는 절대 기밀로 할 것임을 설득한 끝에 제조원가 명세를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덕분에 원산지 판정 근거자료의 핵심인 자재명세서(BOM, Bill of Material)을 작성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 지원으로 자재 원산지 증빙서류 작성
한 고비를 넘기고 나니 또 다른 고비에 부닥쳤다. BOM을 작성해보니, 리스트에 적힌 자재의 수가 약 2천여 개로, 종이로 출력한 분량도 40여장에 달했다. 2천여 개의 자재 하나마다 원산지(포괄)확인서와 거래명세서 등 증빙서류를 갖춰야 한다는 것인데, 전문가의 지원을 통해 제조업체와 자재 및 부분품을 공급한 협력업체들로부터 원활하게 서류를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이를 1개월 내에 완성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사정을 세관 담당자에게 솔직히 설명하고 기간 연장 신청서를 제출해 1개월의 연장을 승인받았다. 조건은 우선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본 서류를 1개월 내에 제출하고 BOM 및 증빙서류는 연장 받은 1개월 내에 제출한다는 것이었다.

1개월의 시간을 더 벌었지만 그래도 빠듯했다. 다행히 제품을 공급한 제조업체는 수출을 직접 진행한 경험이 있으며, FTA 대응 차원에서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를 인증 받아 자체적으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하고 있었다. 다만, 제조업체도 중소기업인지라 FTA 원산지 업무 담당자가 공장 업무와 사무실 업무를 병행하기 때문에 업무 시간에 사후검증만을 위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 그러자 담당자는 3주일여 동안 야근과 주말 출근을 자청해 O사가 필요로 하는 자료를 작성해 발급했다. 담당자의 배려 덕분에 협력사의 원산지 확인서 2천여 개에 달하는 자재의 거래명세표를 모두 전달 받을 수 있었다.
취합한 서류들을 정리한 뒤 사후검증 대응자료 작성에 들어갔다. 이 일은 기존 FTA 관련 업무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일이었다. 당장 어떤 자료를 비중 있게 정리해야 할지조차도 가늠할 수 없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FTA 전문 관세사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관세사의 조언에 따라 자료를 작성하는 틈틈이 회의를 통해 O사와 제조업체가 작성한 자료를 재검토 했다. 사후검증 대응자료 작성 시 가장 고민했던 부문은 O사가 수출한 설비제품을 처음 접해본 관세 행정관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간결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역내산임을 증빙하는 서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관세 행정관이 편하게 검토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여기에 궁금한 사항은 바로 관세사에게 질문해 해결했다. 괜찮겠지 하고 무시했다가 검토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작은 실수 하나 남지 않도록 치밀하게 진행했다. 작성 작업을 마친 뒤에도 관세사와 전체 자료를 다시 검토했다.
이렇게 해서 O사는 세관과의 약속을 지켜 2회에 걸쳐 세관에 사후검증 증빙자료를 제출했다. 그럼에도 불안감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심사과정 중 세관 담당자가 궁금한 부분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전화를 받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이기까지 했다. 세관 담당자가 친절하게 상황을 설명해주고, O사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줬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나 느리게 지나갔다.

관세청 ‘한국산 기준’ 충족 결정
기다렸던 관세청의 ‘결과 통지’가 사무실로 배달됐다. 잔뜩 긴장한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결과를 지켜봤다. 서류에는 “1.검증대상 물품은 원산지 결정기준(부가가치기준)을 충족하며, 2.검증대상 원산지 신고서는 유효하며 적정하게 발급됐다”고 기재돼 있었다. ‘역내산’ 판정을 받은 것이다. O사와 제조업체, 협력업체들은 물론 업무를 지원해준 중소기업진흥공단 FTA 전문가와 관세사 등도 지난 수개월여 동안 한 마음이 돼 고생한 보답을 받았다며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행할 수 있다고 해서 수출업체가 직접적으로 얻을 수 있는 금전적인 혜택은 없다. 본사와 해외지사 간 거래 방식인 ‘기업내 무역’을 제외하면 FTA 원산지증명서는 이를 적용해 절감한 수입관세 혜택은 수입자에게 돌아간다. 이 때문에 간혹 일부 수출업체들이 FTA를 외면하려고 한다. 하지만 수입자에게 돌아가는 관세절감액은 수출품목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FTA 미 체결국 기업과의 거래에서는 관세절감 혜택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수입자는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는 수출업체로부터 구매를 늘리게 돼 수출업체는 매출 상승의 효과를 얻게 된다.

만일 관세청의 심사결과 ‘역내산’이 아니라는 결과판정이 나왔으면, 수입자는 수입통관 때 적용했던 FTA 관세율이 아닌 일반 관세율을 적용받게 돼 2만 달러의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했다. 또한 가격 메리트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에 향후 O사와 거래관계를 지속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후검증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한 덕분에 O사는 최악의 상황까지 몰릴 우려를 말끔히 씻게 됐을 뿐만 아니라 수입업체들로부터 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긍정적 이미지까지 얻게 돼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거래 유지 및 신규시장 진출 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료지원 : 한국무역협회 FTA종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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