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LG경제연구원은 17일 ‘중국의 2차 산업 구조조정, 과잉·부실 규모보다는 추진 여건이 문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 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최근 중국 경제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제조업 전반의 투자 둔화, 일부 자원산업과 중공업 부문의 생산능력 과잉, 금융위기 이후 급증했던 기업 부채의 부실화 등 여러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국 정부는 이에 대응해 ‘공급 측 구조개혁’을 올해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생산능력 과잉 현상이 고질병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이후 중국 정부의 공식 문서에서 생산능력 과잉 산업으로 지목된 산업들은 40여개에 이른다.
지금 중국 경제에선 ‘실물 경기, 특히 제조업 경기 둔화 → 기업 수익성 악화 → 기업 부채 증가 및 부실화 → 은행 부실채권 증가’ 등의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어 자본유출, 자산 가격 급락, 신용경색 등이 발생한다면 중국 경제는 경착륙을 피하기 어렵게 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실업이나 부실채권 증가 같은 후유증을 감수하더라도 산업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가 과잉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보고 있는 산업은 석탄, 철강, 시멘트, 조선, 전해알루미늄, 평판유리 등 6개 산업이다. 6개 산업의 생산능력 이용률은 2013년처럼 상황이 좋지 않았던 때는 대부분 60% 이하에 머물렀다. 그나마 정부가 고삐를 죈 덕분에 최근에는 60~80%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중국 정부는 이들 6개 산업의 시장 수급 상황이 단기간 내에 극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향후 5년간 생산능력 감축 목표가 정해졌고, 구조 조정 첫 해인 올해의 목표치 역시 결정됐다. 지방정부들에겐 관할지역 내 개별공장 수준의 설비 감축량, 고용인원 정리 및 재배치 등에 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작성해 7월 말까지 보고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고 한다. 8월부터 중국 역사상 두 번째로 대규모 산업 구조조정에 시동이 걸리게 된 것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과거 외환위기 직후 한국에서 있었던 산업 구조조정이나 비슷한 시기에 주룽지(朱镕基) 전 총리의 주도 하에 단행된 중국의 ‘1차 산업 구조조정’과는 다른 방식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중국은 1998년의 한국처럼 외국 채권자 들을 대리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종용과 감시 하에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구조조정의 분위기나 여건 역시 당시와 크게 다르다.
생산능력 과잉의 정도나 범위, 부실채권의 규모 등을 볼 때 그 때보다 문제가 덜 심각 해 보이지만, 실물 경기가 가파른 하강세를 타고 있고 금융시장은 훨씬 더 많이 개방되어 있다. 근로자, 기업, 지방정부 등 관련 경제주체들의 이해득실을 적절히 조절하고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잘 읽어가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중국 정부의 2차 산업 구조조정은 초기엔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한 접근이 이뤄진 뒤 점차 강도와 속도를 높여가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개혁 세력이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 내에서 압도적 다수를 점하는 방향으로 권력재편이 이뤄질 내년 가을의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의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면 중국 경제가 바닥을 다지고 반등함에 따라 우리 경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지만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중국 경제의 저성장세가 장기화함에 따라 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수출 위축 등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