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한국 경제의 지속된 불황으로 지금까지의 제조업 성공 방정식은 한계에 봉착했다. 국내 제조업을 이끌던 조선, 철강, 석유화학은 중국에게 밀리면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고, 전자와 자동차 분야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일본은 장기불황 속에서 차별화된 제조업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장기불황 속에서 위기를 극복한 일본 제조 기업들에게서 5가지 특징이 감지됐다. 우선, 과거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에서 ‘후리소매(厚利少賣)’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 그 첫 번째 특징이다. 이제는 판매량보다 수익성을 우선하겠다는 전략이다. 금형부품 가공업체 마쓰다는 전체 매출 중 5개 이하의 극소량 주문이 전체 매출의 95%이며 당일 또는 늦어도 2일내 단납기 배송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대량 주문의 경우 관행적으로 할인을 요구하는 것에 반해, 이러한 소량 주문은 할인요청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성이 높아 선호하고 있는 추세이다.
‘제품만 잘 만들면 다 팔린다’라는 하드웨어적 사고 ‘모노즈쿠리’도 변화하고 있다. 기존 ‘어떤 기술을 개발하느냐’라는 제조 중심의 사고가 ‘어떤 가치를 제공하느냐’라는 서비스·솔루션 중심으로 전환됐다. 더 이상 기술·기능의 업그레이드가 아닌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수익성 제고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엡손의 ‘페이퍼랩’은 사용이 끝난 복사용지를 그 자리에서 재생 가능하여 비밀 문서를 외부로 반출할 필요가 없고, 재생 시 종이를 새롭게 변형하거나 색 또는 향을 입히는 것도 가능하다.
R&D전략도 바뀌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지금까지 사업부 단위로 개별 연구소를 설치해 학문적 성격의 기초과학 연구에 몰두했는데, 개발 성과가 제품화되고 사업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점차 실제 수익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가 늘고 있다.
일본기업 특유의 폐쇄적 문화를 일컫는 ‘지마에(自前)주의’도 약화되고 있다. 글로벌 고성장기에는 하청 중소기업이 수직계열 거래로 고정적 일감을 확보했지만 탈하청, 탈계열화 등 ‘글로벌 오픈형’ 조짐이 일고 있다. 자사 기술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으로 폐쇄적인 연구개발 방식을 고수하다가 실패한 사례로 샤프와 니콘이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마지막으로 최근 아베노믹스 이후 자신감을 회복한 일본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IoT, 자율주행 등 신성장 산업에 공동 대응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IoT·자율주행·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 선두 기업들이 ‘강자연합’에 적극적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도요타-스즈키, 르노-닛산, 혼다-GM 등 3개 진영으로 통합, 도래하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시대에 맞춰 글로벌 표준 선점과 적극적인 해외 시장 공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편, 한국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박기임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뉴노멀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은 일본 사례를 참고하여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며 일본 제조기업의 변화된 경영전략을 토대로 ▲제조 중심적 사고→서비스·솔루션 중심적사고 전환, ▲다품종·소량생산·단납기 체제 전환 ▲철저한 품질관리 ▲오픈 정부 차원의 규제완화와 업계 유인 정책을 네 가지 타산지석으로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