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는 한 순간도 정체되지 않고 빠르게 변하고 있다. 눈 한 번 깜박하면 ‘새로운 것’이 ‘헌 것’으로 바뀌는 것이 최근의 모습이다.
제조현장 역시 마찬가지다. 전산화․자동화를 외치던 것이 얼마전인데 어느샌가 ‘스마트화(化)’라는 말이 사회 전체를 덮으면서 제조업 역시 ‘스마트제조업’이라는 이름하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단순히 기술의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경제중흥기에 제조업 종사자들의 땀을 온 몸으로 받아냈던 장비들을 만들어내던 회사들의 모습은 이제 아예 찾아볼 수 없게 됐거나 다른 회사의 옷을 입게 됐다.
문제는 이렇듯 장비 제조업체에 변화가 생기면서 기계에 대한 후속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관리만 잘하면 사용이 가능한 고가의 장비를 그냥 놀리게 되는 형국으로까지 이어지곤 했다.
과거 공작기계를 생산했던 D업체의 경우 모 그룹의 부도로 또 다른 D회사로 인수됐다. 이후 이 회사가 다시 그룹사에서 분사하면서 이 업체의 제품은 다시 한 번 다른 회사의 손을 타게 됐다.
D업체의 제품을 관리하고 있는 이 업체의 관계자는 이러한 측면에서 AS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기능’이 아닌 ‘정서’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과거 D업체의 제품을 사용했던 분들이 지금은 모두 연로하신데 그분들에게 D업체의 장비는 단순히 제품을 생산하는 기계가 아니라 나와 내 식구의 생계를 책임져주고,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 가족같은 존재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최신 장비보다 기능에 있어서는 당연히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들이 장비를 교체하지 않는 것은 계산과 효율 이상의 정(情)이 작용하기 때문에 우리도 성심성의껏 AS를 해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차갑기만 한 기계들이 가득찬 제조현장에도 따뜻한 정은 윤활유마냥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흔히 얘기하는 ‘고객감동’을 다른 분야가 아닌 AS에서 실행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