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도시 한복판, 도로에 갑자기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크고작은 사상자를 냈다는 소식은 다른 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9월 국회 발표에 따르면 2011년 573건 발생한 싱크홀은 2015년에는 두 배에 가까운 1천36건으로 늘어났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한국연구재단(이하 연구재단)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5월 수상자로 고려대학교 건축사회환경공학부 이종섭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미래부와 연구재단은 이종섭 교수가 지반공학적, 지구물리학적 기법을 이용해 지반의 물리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통합적인 지반조사시스템을 개발해 지반공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데 기여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종섭 교수가 개발한 시스템은, 지반공학 기술에 다양한 센서 등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해 빠르고 간편하게 지반의 물성을 파악할 수 있는 지반조사시스템이다.
기존의 현장 지반조사 장비는 측정센서가 없거나 측정값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들이 제한적이어서 실내 실험을 필수적으로 거쳐야만 했다. 하지만 실내 평가 체계를 현장조사 장비에 직접 적용한 시스템을 개발해 실내 실험 없이 정확한 현장 데이터를 빠르게 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시스템은 일반적인 지반은 물론, 구조물을 충분히 지지하기 어려운 연약한 지역, 1년 내내 항상 얼어 있는 땅(영구동토) 등 특수지반에서까지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중장비를 동원하던 기존평가의 공간적․지역적 제약에서 벗어나 배낭을 메고 원하는 지역을 탐사할 수 있을 만큼 초소형화됐다.
실제 이종섭 교수 연구팀은 산악, 연약지반은 물론 북극 다산과학기지, 알래스카, 쿠웨이트 등 접근성이 낮은 극한․극서지역에도 이 조사방법을 적용했으며, 기존조사방법에 비해 조사기간과 비용도 절약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지반특성을 평가하기 위해 실시하는 관입시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에너지평가시스템과 관입장비도 개발했다. 그 결과, 지반의 단단함(강도), 조밀함(밀도) 등을 손쉽게 평가할 수 있는 현장시험이 가능해졌다.
이종섭 교수는 “지반공학에 첨단 ICT분야를 융합해 이루어진 이 연구를 통해 지반의 변형이나 파괴 없이 지반의 특성을 보다 정확하고 정밀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됐으며, 향후 주거 공간의 안전성 검증은 물론 산사태, 싱크홀 등 지반 관련 재해를 예방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