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매체를 통해 해외 하지절단 환자들이 장애를 극복한 사례를 접할 수 있다. 그들은 비장애인에 준하는 걷기, 뛰기, 댄스가 가능함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철인 3종 경기까지 해내며 전 세계인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하지절단 환자들이 이렇듯 역동적인 활동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가장 뛰어난 인체동작 모사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의족의 경우 대당 가격이 8천만 원에 가깝다. 보험금으로 많은 지원을 받는 외국 환자들과는 달리 대다수의 국내 환자들은 이러한 기술발전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의 경우 상용화된 로봇의족 제품이 없을뿐더러 보조금이 180~200만 원 정도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고가의 의족을 구입하고 싶어도 개인 부담이 큰 구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2015년 기준 국내 최대 보조기 업체의 순 이익은 33억 원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한 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나날이 의족 시장의 공공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부합해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산하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 원장 박천홍) 대구융합기술연구센터 의료지원로봇연구실은 ‘발목형 로봇의족’ 연구에 착수,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기계연은 ‘경량 고출력 통합구동모듈’ 기술을 이용해 무게는 실제 발목과 비슷할 정도로 가벼우면서도 발목이 바닥을 차는 힘은 세계 최고 수준까지 구현한 로봇의족을 개발했다.
개발된 로봇의족은 마치 환자의 발목과 같이 발목 관절을 30°까지 움직일 수 있고 150Nm의 토크 출력으로 실제 보행 시와 동일하게 발로 땅을 차는 반동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 무게는 1.4㎏으로 실제 발목의 무게와 유사한 수준이다.
현재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도 로봇의족의 무게를 줄이면서, 발목의 동작을 모사하는 기능을 동시에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발목의 무게가 가벼우면 땅을 차주는 힘(토크출력)이 약하고, 토크출력이 세면 무게가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무게가 무겁거나 출력이 약하면 신체 다른 부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실제 발목의 무게인 1.5∼2.5㎏에 가까우면서 충분한 토크파워를 내는 기술이 요구돼 왔다.
세계 선도기업인 ‘BIONX’사의 로봇의족 ‘BioM’은 지난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에서 다리를 잃은 무용수 헤이즐럿 데이비스가 1년 뒤 착용하고 TED 강연장에서 춤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기계연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의족은 이와 토크출력은 같으면서 400g이나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고 있어 기계연의 뛰어난 기술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
기계연이 개발한 로봇의족의 통합구동모듈 아랫부분으로는 탄성 있는 소재의 ‘탄성발(LP Vari-Flex)’과 윗부분은 인체와 연결되는 소켓이 붙어있는 구조다. 토크센서가 내장돼 있어 발목의 토크를 보행단계에 맞춰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모터의 높이가 기존 의족 대비 44% 감소해 다리 절단 부위가 적은 환자도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기계연구원 주요사업 ‘하지절단 환자를 위한 발목형 로봇의족 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내 특허등록 및 미국 특허출원을 마쳤다.
재활의학 전문의들은 로봇의족을 통한 신체 활동은 환자에게 단순히 일어서서 이동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으며 생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소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로봇의족의 높은 가격과 의족에 적용할 보행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환자가 미국 현지에 3개월 이상 체류해야 하는 등의 조건은 로봇의수 제작에 있어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연구팀은 환자의 보행동작을 측정하고 분석하기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3D 모션캡쳐 시스템과 지면반력측정 시스템 등을 자체적으로 구축했으며, 이를 이용해 개인별로 최적화된 맞춤형 보행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자체 개발했다. 또한, 해운대백병원과의 협력연구를 통해 실제 하지절단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수행했으며, 수동의족과 로봇의족을 착용했을 때의 움직임과 EMG 신호를 측정해 근활성도의 크기, 근활성도 좌우편차의 정도, 각 관절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로봇의족을 착용했을 때 보다 자연스러운 보행에 가까워짐을 정량적으로 입증할 수 있었으며 개인별 보행모델에 따라 착용자의 보행속도와 지면의 경사도를 순간적으로 측정하고 출력 토크를 조정해 자연스러운 보행을 도울 수 있다.
경량 고출력의 통합구동모듈 설계기술과 통합구동모듈에 최적화된 제어기 설계기술은 다양한 로봇 개발에도 적용될 수 있는 원천기술로써 두 기술 모두 각각 로봇 전문 중소기업과 제어기 전문 중소기업에 기술 이전됐다. 현재는 의지전문업체와 로봇의족을 상용화하기 위해 협력 중에 있으며, 2018년에는 국내시장, 2019년부터는 해외시장까지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연구팀은 핵심 기술을 자체개발함으로써 로봇의족 1대당 판매가를 1천500만 원까지 낮출 수 있었다. 현재 해외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1대당 가격이 8천만 원 수준이다. 기계연의 로봇의족이 상용화되면 국내 하지 절단 환자의 재활을 도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로봇의족 시장에 진출해 보다 합리적인 가격의 의족을 제공할 전망이다.
기계연 의료지원로봇연구실 우현수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로봇의족을 쓰고 싶어도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국내 환자들의 재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로봇기술은 제조 및 재난구조 로봇의 하지 개발에, 보행모델 분석기술은 일반 환자의 근력 보조기나 웨어러블 로봇의 동작 제어에도 활용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이라고 전했다.
로봇의족은 아직까지는 보다 다양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확대와 안정성 및 사용 편의성 보완이 필요하다. 하지만 2년 내로는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기계연 고유의 경량 통합구동모듈 기술에 기반해 세계 최고 수준의 무게와 발목동작 성능지표를 동시에 만족하는 새로운 로봇의족 메커니즘을 제시했다는 점은 의미 있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기계연이 개발한 스마트 로봇의족을 통해 여전히 중저가 수동의족에만 의존하고 있는 국내 대다수의 환자들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국내외를 비롯한 전세계 상용화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