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중국의 NEV(신에너지차량) 정책과 유럽 국가들의 내연기관 생산(또는 판매) 금지 정책이 줄줄이 발표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 미온적이었던 완성차 업체들도 내연기관(디젤) 연구개발 중단을 하나둘씩 결정하고 있다. 독일 업체들의 디젤용 요소수 탱크 담합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겠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내연기관 핵심 기술은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기차 체제로 퀀텀 점프를 꾀하고 있다. 기존에 신용카드 시장을 육성하기 보다 핀테크와 전자결재 시장을 키워 중간과정을 건너뛰었던 모습을 재현하고자 한다. 이는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글로벌 자동차 판매의 30%)이 뒷받침된 후발주자이기에 가능한 전략이다.
유럽은 지구온난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친환경 선진국으로 위명을 쌓아왔다. 하지만 독일 폭스바겐의 디젤 스캔들 이후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전락했다. 내부에서는 녹색당 등 친환경 정당의 요구로 친환경 규제 강화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무너진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진행하는 중이다. 이에, 전기차 개발에 관심도 없었던 폭스바겐이 테슬라를 경쟁자로 꼽으며 전기차 시장의 차세대 리더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미국은 테슬라 및 실리콘 밸리의 수많은 전기차 업체들을 통해 친환경차 시장의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지연시키는 모습을 보이며 기존 내연기관과 에너지 산업을 옹호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은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방 주정부들은 기존의 친환경 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미국 완성차 업체들도 빠르게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속도조절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편, 전기차 사업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전기차 시장의 약진에 대해 아직까지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투자 정용진 연구원에 따르면, 친환경차 시장이 장기적으로는 전기차에 집중되겠으나 2025년까지는 하이브리드(48V 시스템 포함)와 동반 성장할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이 매년 50%씩 성장하더라도 2025년까지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반면 각 국의 연비 규제는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기존 전략은 연비 개선 효과가 큰 디젤 판매를 늘리는 것이었으나 반디젤 정서가 강해진 상황에서는 하이브리드가 유력한 대안이다. 디젤 판매 비중이 50%에 가까 운 유럽의 경우 가장 빠르게 하이브리드 대체가 진행될 전망이다.
2세대 전기차 출시로 대중적인 보급이 가시화되면서 전기차 밸류 체인 내에서도 기존 업체들의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1세대 전기차 시장은 1회 충전시 주행거리를 경쟁했다. 운송수단의 핵심 기능을 원활한 에너지 보급(전기 충전)과 장거리 주행 여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2세대 모델들이 출시되면서 기존의 주행거리 중심의 경쟁에서 에너지 효율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2세대 전기차의 배터리 탑재량은 60~80kWh로 정체했으나 주행거리는 300~500km까지 늘어났다.
전기차의 구동과 열관리 부문의 역량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배터리 증가에 따른 원가 부담을 줄여주고, 충전시간도 단축 시킬 수 있다. 관련 정책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중국 친환경차 Credit의 경우 1차안은 단순히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했으나 2차안에서 주행거리에 배터리 에너지 효율을 추가했다.
장기적으로 수요 성장이 확실한 전기차 밸류 체인에 대한 관심이 유효하다. 관련 산업 중 완성차 및 부품 업체들은 내연기관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저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유의미하게 기존 내연기관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5~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친환경차 개발 역량을 보유한 완성차 및 부품 업체들은 당분간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통해 단가 인상이 가능하고, 전기차 핵심 기술 개발에 투자를 지속해 향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