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첫 번째 실험인 ‘물(water) 분자구조 변화 연구과제’의 결과가 22일자 사이언스에 게재됐다고 포항공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밝혔다.
올해 6월 이용자 실험 지원을 개시한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첫 실험그룹으로 선정된 앤더스 닐슨(Anders Nilsson)교수 연구팀(스웨덴 스톡홀름대학)이 주도했다. 제1저자는 한국인 김경환 박사(스톡홀름대학)이며, 포항가속기연구소 이재혁 박사 등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물의 특성에 대한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적 가설들만 존재해 왔다. 펨토초(1/1천조 초) 단위로 빠르게 이루어지는 물의 구조 변화를 실험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펨토초의 시간 분해능을 갖는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0℃이하로 과냉각된(super-cooled) 물이 얼음으로 결정화되기 전의 분자 구조를 측정하는 것에 성공했다. 결합 방식이 다른 두 가지의 물 분자가 동시에 존재하며 두 상태가 서로 바뀌는 요동현상(fluctuation)이 나타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즉, 액체상태의 물은 가벼운 구조와 무거운 구조의 2가지 형태가 존재하며, 영상 4도보다 낮은 온도로 내려가는 과정에서 가벼운 구조가 늘어난다. 또한 영하 44도 과냉각상태(진공)에서는 두 가지 구조가 같은 비율을 갖게 되며 이 때 두 구조사이의 요동현상은 최대치가 된다.
연구팀은 “학계에서는 거의 1세기 동안 물의 특이하고 신비로운 현상의 원인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논쟁이 있어왔다. 이번 실험으로 물의 독특한 열역학적 특성이 과냉각 상태에서 임계점을 갖는 모델로 정립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존의 다양한 모델 중 두 가지 구조의 물이 공존하며 임계점을 갖는다는 LLCP(Liquid-Liquid Critical Point) 모델이 맞는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이 같은 연구는 이전에도 미국, 일본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계속적으로 시도해오던 연구였으나, 우리나라에서 최종적인 분석에 성공함으로써 4세대 포항방사광가속기의 우수한 성능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현재 에너지 안정도, 궤도 안정도, 그리고 시간 안정도 성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과기정통부 최원호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이번 실험과 같이 방사광가속기는 지금까지 밝혀내지 못한 많은 신비로운 현상 등을 알아내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연구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