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 부채를 해소코자 지난해 정부에서 진행한 8·2 부동산 대책과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에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액은 오히려 매달 약 2조 원씩 불어난 것으로 나타나며 높아진 부채리스크를 정부가 어떻게 타파할 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2018년 경제정책 방향으로 가계부채와 주택 시장의 과열을 잡는데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에 초점을 맞춰 2018년을 ‘경제성장률 3%,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수 심리가 회복돼야 정책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상승 위험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 시대에 가계부채만 증가해
KDB산업은행경제연구소가 지난 4일 발표한 ‘가계 대출기준이 경제성장률 변동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우리나라 가계 부채의 증가 속도는 세계 주요 43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3분기 말에는 가계부채가 1천400조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KDB가 추정한 올해 말 가계부채 규모는 약 1천500조 원이다. 이에 따르면 가구당 7천800만 원, 국민 1인당 2천900만 원의 빚을 지는 셈이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해 연이어 내놓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 및 대출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로 개인신용대출이 약 7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조5천 억 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부채가 우리나라 GDP의 85%에 육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 아파트 청약과 재건축·재개발 투자 등 ‘부동산 투기’ 심화로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7년 3분기 말 가계부채 총 잔액(1천419조 원) 중 주택담보대출(759조 원)이 54%를 차지하며, 지난해 가계부채 총액의 50%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에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부동산 규제로 부채 잡는다
이에 정부는 전방위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과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기 위한 고강도 규제 정책을 내놨다. 우선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 과열로 과다 수위에 다다른 가계부채 급증세를 완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신(新)DTI(총부채상환비율)와 DSR(총체적상환능력)를 도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신(新)DTI 지표는 기존 DTI를 대폭 강화한 기준으로 각 대출 신청자에 대해 이번 신청 주택담보대출건 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담보 대출 잔액을 포괄한 종합부채상환능력을 깐깐히 심사하겠다는 취지다.
나아가 올 하반기부터 모든 부채 원리금을 소득 수준과 대비시켜 상환능력을 심사하는 총체적상환능력평가제(DSR)도 상반기 시범적용을 거쳐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DSR은 각 대출신청자의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모든 가계대출에 적용될 가장 강력한 상환능력·심사지표로 도입 후에는 다소 느슨했던 이전 지표를 대체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 같은 신규대출기준 도입으로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대출건전성을 강화해 부실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1차적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가계소비 여력 확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은행권, 느슨한 예대율 규제 손볼 것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의 부실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다. 가계 부채가 언제든지 폭탄으로 변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가게 되자, 금융당국도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율 줄이기를 올해의 과제로 삼고, 느슨했던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재점검하겠다고 나섰다. 또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회사들을 지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가계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은 더 가중될 전망이라, 금융당국은 은행의 자기자본비율과 예대율(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잔액의 비율) 산정 시 가계대출 가중치를 조정하는 ‘자본규제 개편방안’을 이달 중 내놓을 전망이다.
금융권 수장들도 가계부채 리스크 해소를 위한 금융권의 혁신을 강조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새해 신년사에서 “시장금리 상승이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점검하겠다”며 금융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대출금리 산정체계 검토 와 연체이자 수치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또 “금리인상 때 무엇보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경제의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세밀하게 챙겨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일 새해 첫 기자회견에서 “가계부채의 총량수준이 높은 데다 증가속도가 소득에 비해 여전히 빠르다”면서도, “올해 정부의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안정 노력에 힘입어 가계부채 증가세가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