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중국 시장에서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취미와 레저를 즐기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소비 패러다임 역시 급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그동안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던 자동차 튜닝과 클래식카 등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면서, 장기적으로 1조 위안(약 217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애프터마켓이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았다.
중국 상무부 등 관계 부처는 지난 6월 23일 ‘자동차 애프터마켓 소비 육성·확대에 관한 조치’와 함께 40개 시범도시 명단을 발표했다.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튜닝의 합법화다. 차체 색상 변경, 휠 교체 등 저위험 항목은 등록 절차를 거쳐 개조가 가능해졌으며, 개조 부품에 대한 중국강제인증(3C) 인증이 의무화됐다. 규정에 맞춰 개조된 차량은 사고 발생 시 보험 보상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30년 이상 된 낡은 클래식카 역시 시범도시 내에서 전시와 거래, 합법적인 도로 주행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완처(玩车·취미로서의 자동차)’ 문화로의 전환은 1995~2009년생인 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플랫폼 치처즈자(汽车之家) 조사에 따르면, 올해 자동차 구매 예정자 중 30세 미만 비중은 35.8%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이들은 자동차를 영화 감상이나 게임을 즐기는 스마트 생활공간으로 인식하며 관련 개조에 지갑을 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1,600억 위안(약 34조 7200억 원) 규모로 팽창한 튜닝 시장의 경우, 차체 랩핑 등 외관 개조(42%)와 실내 조명 등 내장 업그레이드(31%)에 소비의 70%가 집중되고 있다.
캠핑과 차박 인기에 힘입어 하드코어 오프로드 시장 규모도 지난해 기준 2,235억 위안(약 48조 5,000억 원)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소비 폭발에 따라 광둥성 포산 등 핵심 튜닝 부품 산지의 하반기 주문량은 전년 대비 5배 늘어나는 등 현지 공급망도 풀가동 체제에 돌입했다.
코트라(KOTRA) 칭다오무역관은 누적 보유 대수 3억 7,000만 대에 달하는 거대한 중국 자동차 시장의 구조 변화가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현지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은 각 시범도시의 중점 분야에 따라 맞춤형 품목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을 제언했다. 카라반 캠핑카와 전통 클래식카에 특화된 칭다오나, 주차 및 충전 인프라 최적화를 맡은 쯔보 등 지역별 특성에 따라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 정책 수혜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수적인 진입 요건은 3C 인증 확보다. 차량에 직접 장착되는 캠핑 및 차박 연계 개조 부품 상당수가 해당 인증 대상이며, 이번 조치로 무인증 저가 제품의 입지가 좁아진 만큼 확실한 규격 인정을 통해 진입 장벽을 넘어야 한다.
코트라는 현지 부품 공급망이 이미 대규모 증설에 돌입해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범용 부품 시장은 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 대신 설계와 소재 측면에서 확실한 차별화가 가능한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온라인 채널 및 현지 합법 개조 매장과의 제휴를 병행해 접점을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에너지차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주의를 당부했다. 배터리와 모터 등 고위험 구동계인 이른바 ‘3전(三电)’ 시스템의 개조는 단락이나 화재 위험 등으로 아직 명확한 합법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관리 정책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시스템과 무관한 외관 및 내장 액세서리 영역에 우선 집중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