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 엘에스의 총수일가가 직접 관여, 통행세 수취회사를 설립하고 그룹차원에서 부당지원행위를 기획·실행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구)엘에스전선[현재 ㈜엘에스]이 직접 그리고 엘에스니꼬동제련㈜에게 지시해 엘에스글로벌인코퍼레이티드㈜를 장기간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고, 경영진과 법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05년말 (구)엘에스전선은 총수일가와 공동출자해 엘에스글로벌인코퍼레이티드를 설립하고, 다수 계열사가 핵심 품목인 전기동을 구매 또는 판매하면서 이 회사를 거치도록 하는 거래구조를 설계한 뒤 총수일가의 승인을 받았다.
2006년부터 엘에스니꼬동제련은 자신이 생산한 전기동을 판매시에, 엘에스전선은 수입전기동을 트레이더로부터 구매시에 엘에스글로벌인코퍼레이티드를 중간 유통단계로 추가해 통행세를 지급해왔다.
이 과정에서 엘에스글로벌인코퍼레이티드는 전기동 중계시장에서 유력한 사업자의 지위를 확보, 부당이익을 바탕으로 IT서비스 분야로까지 사업을 확장했으며, 총수일가도 막대한 사익을 실현했다.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이 통행세 수취회사를 설립한 뒤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고 공정거래질서를 훼손한 사례를 적발해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구)엘에스전선은 그룹 내 전선계열사들의 전기동 통합구매 사업을 수행한다는 명분으로 엘에스글로벌을 설립한 뒤,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연간 20~30억 원의 세전(稅前)수익을 실현하도록 했다.
그룹 내 전선 계열사들(이하 ‘엘에스 4개사’)이 같은 그룹 내 전기동 생산업체인 엘에스니꼬동제련(이하 ‘엘에스동제련’)으로부터 전기동을 구매할 때 엘에스글로벌을 거래중간에 끼워 넣고 통합구매에 따른 물량할인(Volume Discount) 명목으로 저가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엘에스 4개사 중 최대 전기동 수요업체인 엘에스전선이 수입전기동을 해외생산업체 또는 트레이더로부터 구매할 때에도 엘에스글로벌을 거래중간에 끼워 넣고 거래마진(Mark-up) 명목으로 고가 매입하도록 했다.
결국, 엘에스글로벌이 엘에스동제련 전기동의 저가매입과 수입전기동의 고가판매에서 이중으로 거래수익을 제공받는 구조였다. 이렇게 확보된 이익은 엘에스글로벌의 주주들에게 귀속되도록 했다. 무엇보다 엘에스글로벌에 총수일가가 지분참여토록 함으로써 직접 이익이 제공되도록 했다.
당초 엘에스글로벌의 주주구성에 대해 총수일가 100%(A안), 총수일가 49%+(구)엘에스전선 51%(B안), (구)엘에스전선 100%(C안) 등 3가지 대안을 검토한 후, 총수일가 이익은 실현되면서 외부 비판은 최소화되는 B안을 선택했다.
주요 행위 사실
(구)엘에스전선은 2005년 12월 2일 금요간담회 직후 엘에스동제련에게 엘에스 4개사에 동제련 전기동을 판매할 때 엘에스글로벌을 끼워 넣고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교사)했다. 이에 따라, 엘에스동제련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엘에스 4개사에 자신이 생산한 전기동을 판매하면서 엘에스글로벌을 거쳐 거래하고 ‘Volume Discount’ 명목으로 판매단가를 대폭 인하해줬다.
엘에스동제련(국내 독점 전기동 생산업체)은 비계열 최대수요사인 대한전선에 대한 판매가격을 기준가격(소위 ‘P값’)으로 각 수요사에게 구매물량별 가격할증체계(소위 ‘Volume Discount 테이블’)를 운영해왔으나, 엘에스글로벌 설립 후에는 기준가격 대비 대폭 할인된 가격(최대 12달러/톤)을 신설해 엘에스글로벌에만 적용해왔다.
엘에스동제련은 P값과 Volume Discount 테이블을 엘에스 4개사와는 공유하면서도 비계열 수요사에는 공개하지 않았다.
엘에스글로벌은 엘에스동제련으로부터 구매한 물량을 엘에스 4개사에 판매하면서 고액의 마진을 가산한 가격으로 판매했다.
엘에스글로벌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영업이익의 31.4%, 당기순이익의 53.1%에 달하는 과다한 경제상 이익(130억 원)을 제공받았다. 엘에스전선은 종전에 해외 생산자 또는 중계업자(트레이더)로부터 직접 구매하던 수입전기동을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엘에스글로벌을 거쳐 구매하면서 통행세를 지급했다.
이 사건 거래 당사자들은 행위기간 내내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서도 법위반 행위를 지속했다.
그룹 지주사인 ㈜엘에스는 수시로 엘에스글로벌에 대한 경영진단․법무진단을 실시해 ‘부당내부거래 Risk’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계열사와 공유해왔다.
엘에스동제련과 엘에스전선도 엘에스글로벌과의 내부거래에 대해 법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 대응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법 위반 우려에 대해 거래중단이나 거래구조의 실질적 변경보다는 공정위 조사에 대비한 대응 논리 마련, 내부문건 구비 등 은폐와 조작에 집중했다.
지원 결과
10년이 넘는 부당 지원행위로 인해 엘에스글로벌 및 총수일가에게 막대한 부당이익이 귀속됐다.
2006년 이후 엘에스동제련과 엘에스전선이 제공한 지원금액은 197억 원에 이르며, 이는 엘에스글로벌 당기순이익의 80.9%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총수일가 12인은 일감몰아주기 과세 시행 직전인 2011년 11월 4일 보유하던 엘에스글로벌 주식 전량을 ㈜엘에스에 매각해 총 93억 원의 차익(출자액 4.9억 원 대비 수익율 1천900%)을 실현했다.
엘에스글로벌이 ㈜엘에스(총수일가 지분 33.42%)의 100% 자회사가 된 이후에도 부당지원행위가 지속돼 총수일가에게 간접적으로 이익이 귀속됐다. 또한, 국내 전기동 거래시장에서 공정거래 질서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신설회사인 엘에스글로벌이 일시에 유력한 사업자의 지위를 확보·유지했고, 다른 경쟁사업자의 신규 시장진입도 봉쇄됐다. 엘에스글로벌은 자신의 경쟁력과 무관하게 사업기반을 강화한 후 사업영역을 IT서비스시장까지 확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