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힘을 쏟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올해 7월의 고용지표가 악화되면서 취업자 수 증가폭은 천명 단위로 추락하고, 고용률 역시 0.3% 포인트 하락한 61.3%를 기록하는 등 고용난이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고용난이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청년 취업은 물론, 중장년층까지 확대되고 있어 예산만 늘려서는 근본적인 취업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31일 강남구청에서 구직자를 위한 ‘일구데이’ 행사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수 중소기업에 인재를 매칭, 실질적인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해 개최된 일구데이는 채용을 원하는 기업과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 간 면접 기회의 장으로 마련됐다.
올해에만 5회째 진행된 강남구청의 일구데이는 애초에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행사였지만, 면접자 3분의 1을 중장년층이 채우면서 우리나라의 실업률 문제가 청년층에 국한된 것만이 아님을 드러냈다.
전직 공무원으로 일자리를 찾기 위해 면접을 보러 왔다는 박성찬 씨(51세)는 “3년 전 명예퇴직 후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일자리지원센터를 통해 제과점 면접을 보러 왔다”며, “원래 전공은 토목 분야이지만 제빵 기술도 배워보면 좋을 것 같다. 취업하게 되면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직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는 박 씨는 “취업을 희망하고 난 이후 연락이 오는 일자리가 거의 경비였다”며, “나 같은 경우에는 나이가 그리 많지 않고 공무원으로 일을 했던 경험이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다”며 자신보다 조건이 좋지 않은 중장년층 취업 현실에 대해 우려했다.
현재 주부이자 전직 영어 학원강사였던 김은성 씨(가명, 45세)는 “고용보험센터에 구직 신청서를 낸 것을 계기로 이번 면접에 참여하게 됐다”며, “빵집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도 있고,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인 관계로 조건에 맞춰서 일을 하기 위해 제과점 판매부로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분명 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많을텐데, 중장년층 입장에서는 정작 구인 중인지 체감이 안된다”며, “아무래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사회초년생에게 집중돼 있는 이유도 그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을 전했다.
이날 면접을 진행한 업체는 총 3곳이었다. 각각 제빵, 의료기관, 외국계 프랜차이즈로 중장년층은 다른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빵 분야의 면접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K 과자점의 김도형 차장은 “현재 신규 지점을 오픈할 예정으로 생산부 20명, 판매부 14명에 대한 채용 계획이 있다”며, “우리는 청년층과 중장년층이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장년층도 채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차장은 “중장년층의 경우에는 오랜 업무 경험이 장점이며, 청년층에 비해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더 나을 때가 많다”며, “예를 들어 판매 파트의 경우 중장년층이 청년층보다 비교적 고객 응대를 원활하게 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생산 파트 역시 주부라면 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제품을 무리 없이 만들 수 있는 등 장점이 있다”며 중장년층 고용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비쳤다.
이번 일구데이를 개최한 강남구청 취업정보팀의 오주환 팀장은 “이번 일구데이는 1부 면접, 2부 일자리 토크 콘서트로 계획돼 있어 애초에 청년 취업을 위해 마련됐다”며, “진행 과정에서 중장년층에 대해 채용을 희망하는 기업이 있어 연령대가 고루 분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팀장은 “현재 일구데이는 분기별로 1회 이상 개최를 하고 있으며, 올해 10월경에는 일본 취업 연계를 목표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해외 취업의 경우에는 더욱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내년도 일자리 사업 예산을 올해 대비 대폭 늘리는 한편, 청년‧여성‧신중년 등 대상별 맞춤형 일자리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일자리 정책 비중은 청년층에 쏠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설상가상 청년층과 함께 중장년층 실업률까지 떨어지고 있다. 특히 인재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각이 경직돼 있어 중장년층의 경력 및 전문성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도 언젠가 중년이 되고, 노인이 된다. 근시안적인 일자리 정책보다는 청년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 재도전을 할 수 있는 사회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때 일자리 정책은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