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글로벌 중공업 분야의 공통된 흐름은 원천기술을 갖추고 있는 소수의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항공기, 터빈, 원자로, 상용트럭, 석탄 보일러 등 주요 중공업 분야는 많아야 2~4개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의 시장 지배력의 원천은 수 만 명에 달하는 설계 엔지니어들과 연간 2~3조원을 상회하는 R&D 투자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30여 년간 글로벌 중공업 기업들은 활발한 M&A를 통해 설계 기술인력을 한데 모으는 작업을 해오면서 시장 지배력과 기업의 규모를 더욱 높였다. 세계 조선업 역시 글로벌 중공업 기업들이 보여준 흐름대로 기술력을 갖춘 소수의 조선소들이 세계 선박 시장을 지배하는 흐름을 보이게 될 것이다.
이미 한국 조선업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선박 분야 원천설계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선박 설계능력이 없는 일본과 중국 조선업이 경쟁에서 이탈하는 과정에서 한국 조선업의 차별적인 성장세를 보이게 될 것이다.
앞서 항공산업이 18년간에 걸쳐 항공기 교체수요의 수혜를 받아가고 있듯이, 한국 조선업 역시 매우 장기적인 선박교체수요의 수혜를 가져가게 될 것이다.
UN(국제연합) 산하에서 해운업을 담당하는 국제기구는 IMO(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가 있듯이 항공산업을 담당하는 국제기구는 ICAO(국제민가항공기구: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가 있다. IMO규제 강화로 인해 지금 나타나고 있는 여러 해운업의 변화들은 사실 항공산업에서 먼저 시작됐다.
유가가 오를수록 항공사들의 연료비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항공기 운항비용에서 연료비 비중은 통상 30~35% 수준이기 때문이다. 항공기는 운항속도를 늦출 수 없기 때문에 연료 가격이 오를수록 연비가 개선된 신형항공기로 교체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에 따라 지난 18년간 전세계 항공사들은 두 곳에 불과한 항공기 제작기업 보잉과 에어버스에 항공기 발주량을 계속해서 늘리는 모습을 보였다. 제한된 경쟁으로 항공기 가격은 리먼사태 직후에서 계속된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해운업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리먼사태 직후 해운업계에서는 운항속도를 늦추면서 하루 기준에서 연료 비용을 낮추는 임시방편을 강구했다. 또한 중국 조선업이 수주경쟁에 참여하면서 선박 수주량은 집중되지 못해 선가는 계속된 하락세를 보여왔다.
게다가 한국 조선업은 2010년 이후 해양플랜트에 과도하게 진입하면서 선박 분야에서 집중력을 잃었다는 점도 문제점이었다.
더 이상 선박의 운항속도는 늦추기 어려운 수준까지 내려왔다. IMO 규제에 의해 선박 연료는 결국 LNG로 달라져가게 됨에 따라 선박의 교체 발주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하나금융투자의 박무현 연구원은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계 선사들이 유럽 선사들에 비해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는 점과 한국 조선업이 해양산업에서 벗어나 선박 기술진화에 다시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잉과 에어버스가 그랬던 것처럼 선박 교체 발주량은 한국 조선소로 집중화되는 모습이 점점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은 LNG 분야 기술을 선도하면서 가장 낮은 건조원가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은 경쟁 조선소들과 비교해 가장 먼저 영업실적 개선과 현금흐름 개선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힌 뒤 “전세계 주요 상선이 중고선박량 2만6천 척 중에서 중형선은 약 60% 수준에 해당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중형선 세계 1위 조선소인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