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됨에 따라 국내/외 다국적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전략을 세워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사후적 조치에만 급급하고 있어 새로운 대응방법이 필요한 상태다.
22일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 센터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삼정회계법인(이하 KPMG) 주관으로 ‘통상분쟁 세법개정 등 대비 투자환경 변화에 대한 한국 기업의 대응’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 날 행사에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됨에 따라 이 현상이 국내의 미치는 영향과 대응전략에 대해 전문가들이 발제·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진행된 반덤핑 조사 개시 건수는 54건으로 2001년 부시 대통령 취임 시 개시된 무역전쟁 및 중국 WTO(세계무역기구)가입에 따른 보호조치가 있던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며 같은 해 인도의 49건을 앞질렀다. 또한 2001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활용하지 않던 세이프가드(특정상품의 수입급증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취하는 긴급수입제한 조치)조사 또한 두 건이나 개시됐다.
‘다국적 기업들의 보호무역주의 제도 활용사례와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한 KPMG Korea 박원 상무는 “오바마 행정부의 관세법 개정이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예상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우선주의 기조아래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규제 또한 본보기식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AFA(불리한 가용정보)는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지 않으면 피소업체에 최대한 불리하게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AFA가 적용된 기업 수가 2014년 이후로 크게 증가했으며, 2017년에는 AFA 적용건수가 미적용 건수를 넘어섰다. AFA가 적용된 기업 대부분 철강제품 관련 업체다.
또한 PMS(특별시장상황)는 특정 국가 시장 상황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기업이 제출한 제조원가를 신뢰할 수 없어 조사 당국이 재량으로 가격을 산정한 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 조치를 뜻하는데, 2015년 관련 법 개정 이후 PMS를 적용해 덤핑마진을 산정한 총 7번의 판정 중 5건이 한국에 대한 연례재심에 해당됐다.
이에 대해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는 국내 다국적 기업인 한화큐셀은 생산지역 다변화로 탄력적인 대응 중이며, 미국 조지아 주에 공장을 설립하고 있어 규제조치 중에도 안정적인 시장점유율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 글로벌 철강회사의 경우 미국의 철강 수입규제 해당 케이스 제소에 모두 참여해 기업가치 극대화에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박 상무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은 수입 규제 이전단계부터 통상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하며 적극적으로 제도를 활용 중이나, 국내 기업은 규제 조치에 대해 사후적으로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입규제를 사업보고서 상 ‘위험’ 항목 대신 ‘시장전망’ 혹은 ‘경쟁상황’ 항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더불어 변호사, 회계사, 로비스트(로비가 합법인 국가에 한함)를 통한 법·경제·정치적 접근으로 제소자와의 전쟁에서 균형을 확보해야 하며, 오류가 잦고 시간 소모가 크며, 연속성이 취약한 수작업 방식을 지양하고 IT에 기반한 체계화된 대응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