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본사를 두고 100개 이상의 계열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 복합 기업인 타타그룹의 타타스틸(Tata Steel)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의욕적으로 글로벌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타타스틸이 최근 큰 실패를 맛보고 Exit Plan을 추진, 인도 시장에 집중하려 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진퇴양난에 빠진 Tata Steel, 인도시장 집중 전략에 차질’ 보고서에 따르면, 오너가문의 라탄 타타 회장은 2000년대 초 더이상 인도 국내기업으로는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며 그룹 전체 차원에서 글로벌 전략을 지시했다.
이에 타타스틸은 2005년 경영계획에서 ‘2015년 5천만 톤 체제 구축, 최종적으로 1억 톤 능력’을 목표로 천명해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경쟁 기업인 Mittal 측이 서유럽 최대 철강사인 Arcelor를 전격 인수했고, 타타 측도 2007년 Corus 인수를 단행했다.
서유럽 시장의 경기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한 라탄 타타 회장은 Corus를 최초 기업가치 평가금액보다 75%나 높게 인수했다. 이후 다음 해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가 닥치면서 Corus 인수는 최악의 인수가 되고 말았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임정성 수석연구원은 “타타스틸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인도 내수시장에 투자하지 않고 철강산업 쇠락기에 접어든 서유럽에 집중 투자하는 오판을 했다”면서 “해외는 물론 자국 내에서도 대규모 M&A 경험이 없었던 타타스틸은 잠재 리스크를 파악하지 못하고, 인수 후 통합작업도 원활하지 않았다”고 글로벌 전략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이후 타타스틸은 글로벌 전략에서 선회해 Exit Plan을 추진하고 있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서유럽에서 2016년 추진한 영국 사업장 매각 계획은 정치·사회적인 반대에 직면해 취소했으며, 2018년 제출한 독일 ThyssenKrupp과의 철강사업 합병계획도 EU 경쟁당국의 독과점 우려 제기로 취소됐다. 중국 하북강철에 동남아 사업장을 매각하려는 계획도 지난 8월 하북강철이 지역 정부의 승인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임 수석연구원은 “타타스틸은 당초 목표대로 능력규모를 5배 이상 확대해 세계 10대 철강사 반열에 올랐고, 선진 기술과 브랜드, 선진국 고객을 확보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재무구조 악화와 경쟁력 하락, 미래 성장동력 추진 여력 약화라는 부정적 평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타타스틸은 유럽과 동남아 사업장 매각과 관련해 ‘Plan B’를 개시해 본격적으로 경영진 교체와 자회사 수 감축, 구조조정 노력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설비 투자금액 축소 등의 조치로 부채 감축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인도에서 30여 개 철강 자회사들을 중심으로 한 연결사업을 4대 사업군으로 재편할 방침을 세웠다.
“타타스틸은 100년 동안 지켜온 ‘기업시민’ 이념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다소 느리지만 정석으로 성장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한 임 수석연구원은 “인도 칼링가나가르 제철소 2기 건설 계획과 2025년 3천만 톤 능력 목표 달성은 최근의 철강시황 하락과 인도 경제의 급격한 침체까지 겹쳐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