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정부의 탈석탄 의지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공사는 여전히 석탄 발전 해외투자를 모색 중에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050년까지 탈석탄을 천명한 정부 정책과는 다소 엇박자 모양새다.
한전은 2010년 영국 광산기업 앵글로아메리칸(AAL)으로부터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New South Wales) 바이롱(Bylong) 석탄 광산 개발권을 인수, 대규모 석탄발전 사업을 추진했다. 그로부터 9년 후, 호주 독립계획위원회(IPC)는 환경 문제를 이유로 한전의 신규 석탄발전 사업 계획을 불허, 투자금 5000여억 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2020년 한전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토지환경법원에 항소했다. 그리고 패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률, 경제, 환경 등 분야 전문가 모임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전은 즉각 항소의향서를 제출했다.
현지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사업 부지를 매수하는 것. 한전이 개발을 추진 중인 바이롱 계곡은 한화 400여억 원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환경단체 바이롱 계곡 보호연합(BVPA), 락더게이트(Lock The Gate) 등 열 개 단체는 “지속 가능한 농법으로 탄소를 토양과 식생에 적극 흡수시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재생 농업단지로 전환하면 바이롱의 환경뿐 아니라 소멸 위기에 빠진 지역사회를 되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 측은 반박했다. “한전 호주법인이 원고로 제기한 호주 법원의 소송은 주정부 독립평가위원회가 바이롱 광산 개발허가를 평가할 당시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있는 지를 판단하는 법리 오류 소송(Judicial Review)”이라면서 “뉴사우스웨일즈주 독립평가위원회의 바이롱 사업개발허가 반려로 인해 사업이 종료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올 초 한전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심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2030 중장기 전략’을 제시했다. 계속된 석탄 발전 투자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다.
현지 환경연합은 “한전이 항소해도 또 수년간 법적 공방을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국제사회가 석탄 의존도를 빠르게 줄이고 있는 만큼 석탄 광산 사업의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전은 이번 결정을 면밀히 분석해 광산 개발계획 보완 후 개발허가 재추진, 사업지분 제삼자 매각, 보유 중인 유·무형 자산 매각 후 청산, 호주정부 대상 법률 소송 등 다각도의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박관철 한전 바이롱사업부 차장은 “현지 법원에 항소한 상태”라면서 “우리는 결과를 기다리자는 상황이며, 추후 사업 진행 여부는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 의지를 완전히 꺾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닉 클라이드(Nic Clyde) 락더게이트 대변인은 “바이롱 계곡은 깨끗한 물과 좋은 토양이 있는 최고의 자연유산”이라면서 “농민들은 여전히 지역사회를 되살리기를 원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바이롱 사업은 한전의 대표적인 해외석탄 실패 사업”이라고 꼬집으며 “바이롱 석탄 사업을 주민과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 사업으로 전환해야 ESG 경영 기조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화 5천여억 원이 투입된 바이롱 석탄 광산(매장량 4억 톤) 사업은 연평균 750만 톤 규모로 생산 될 계획이었으나, 현지 주민,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2010년부터 답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