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석탄발전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당면했다. 산업혁명의 원동력인 석탄발전은 현대 경제와 산업을 이끈 핵심 에너지원이었으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제사회 합의에 따라 단계적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다.
2050 탄소중립 이행에 발맞춘 탈석탄은 그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동반한다. 특히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발전소 정규직 노동자, 발전소 하청 및 비정규직 노동자 등의 고용 불안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석탄발전 폐지‧감축을 위한 정책 방향’ 자료에서 현재 석탄발전 노동자 수를 약 1만5천 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발전사 주기기 운전, 관리감독 등 약 6천 명과 협력사 연료 ‧환경설비 운전, 경상정비 등 약 9천 명을 포함한 숫자다.

일자리 갈등, 사회적 대화로 정책적 해결방안 마련 필요
국회미래연구원은 최근 발행한 ‘국내 탈석탄 과정의 주요 갈등 이슈와 이해관계자 분석’ 보고서에 탈석탄 전문가 8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표적집단면접(FGI) 결과를 담았다. 탈석탄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갈등 이슈를 도출하고 주요 갈등 이슈의 쟁점과 이해관계자를 규명하기 위해서다.
보고서에서 일자리 갈등은 갈등의 정도 기준에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정책적 해결방안 마련이 필요한 주요 갈등 1순위다. FGI에서 전문가들이 정의한 일자리 갈등은 석탄발전소 폐쇄 속도 증가에 따른 관련 산업 근로자들의 일자리 전환 및 일자리 창출 관련 갈등이다. 사회적 영향 기준에서도 일자리 갈등은 3순위를 기록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석탄발전 산업 내 신규 일자리가 한계인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일자리 상실 및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석탄발전에만 필요한 직종 및 지역 기반 소규모 협력사 중심으로 일자리 상실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다. 전국 단위 사업장을 보유한 협력사는 인력 재배치가 비교적 용이하나, 지역 기반 2차 협력사 등은 재배치 가능한 사업장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탈석탄 주요 갈등 쟁점과 사회적 비용 과제는 : 국회기후변화포럼 정책 토론회’는 석탄발전 일자리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발전소 정규직 노동자, 발전소 하청 및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참여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발전소 정규직 노동자는 탈석탄 정책의 방향성과 구체성이 미흡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완전한 고용정책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면서 “두 그룹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내용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종합적인 계획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 신설된 정의로운 전환 관련 조항은 기후위기 취약계층과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심화 지역‧산업에 대한 지원 및 역량 강화 방안 내용을 담은 기후위기 사회안전망의 마련,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 같은 사회적‧경제적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지역에 대한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의 지정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석탄발전 인력에 대한 종합적 대책 있어야 진정한 ‘탈석탄’
산업부는 석탄발전 일자리를 송‧배전 공사‧정비 분야 등으로 재배치하고, 타(他)지역으로 재배치 곤란한 지역 기반 소규모 협력사는 지방자치단체‧고용지청 중심으로 지역 일자리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신생 업무 수행에 필요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및 운영한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노동자 불안 완화를 위한 상황 공유 및 지역기반 대응체계 구축도 석탄발전 일자리 전환 지원에 속한다. 석탄발전 폐지 예정 시점 기준 최소 1년 전부터 지자체‧고용지청‧발전사‧협력사 간 전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폐지 준비 상황 및 계획을 공유하는 것이다.
고용 관련 정부 정책에서 사회적 대화 거버넌스 부재, 생계유지 대책 등은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남태섭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기획실장은 지난 국회기후변화포럼 정책 토론회에서 “고용정책에 여전히 부족한 게 있다”면서 고용불안 완화를 목표로 하는 전환 태스크포스에서 노동조합을 배제했으며, 교육 훈련 기간의 생계유지 대책 등은 다루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가동 중인 석탄발전과 LNG발전의 고용 인원을 비교하면 석탄이 LNG의 약 2배에 달한다. 석탄발전은 탈황, 탈질, 집진 등의 설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탈석탄 시 해당 인력들에 대한 어떠한 보상 기준도 없는 상황이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자문기구인 총괄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지난주 국회에서 열린 ‘탈석탄 주요 갈등 쟁점과 사회적 비용 과제는 : 국회기후변화포럼 정책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은 일자리”라며 “유럽과 미국에서도 이것을 요구했고, 일자리 잃는 부분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보상 방안, 재원 등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진정한 석탄발전 감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