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누구에게나 맞으나,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기성복 같은 세상. 집단의 목표에 나를 맞추는 데 우리는 익숙해져 있다.”
경희대학교 김상균 교수는 12일 열린 ‘2023 마이데이터 컨퍼런스’의 ‘세상에 맞춘 나로부터, 나에게 맞춘 세상으로’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운을 뗐다.
“행복한 인간, 아름다운 인간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 왜 일하며 돈을 버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정의 내린 그는, 마이데이터가 단순한 데이터 연동·통합이 아니라 ‘내가 잊은 나, 놓아버린 나’를 데이터를 통해 찾는 시도이자 도전이라고 바라본다고 밝혔다.
김교수는 마이데이터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흐름이 개인의 선택과 권리가 중심이 되고 소비자의 기업 간의 관계가 재구성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플랫폼, 제조기업 등에 대중들이 기호를 맞추고 있었지만, 개인에게 힘의 축이 넘어오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
그는 “원시시대 인류는 채집을 위해 땅을 훑고 다녔지만, 현대에는 오늘 같은 컨퍼런스를 다니며 새로운 정보, 데이터를 수집한다”라며 “즉, 인간이 살아가는 산업의 근간이 물질에서 데이터로 넘어가고 있는 흐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마이데이터는 경험을 확장시킨다”라며 “마이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경험을 어디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반면, 김상균 교수는 “빅브라더가 모든 데이터, 소통권을 쥐고서 대중들이 무엇을 볼 수 있는지 통제하거나, 데이터 분석과 알고리즘을 통해 최적화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회가 소설이 아닌 현실이 될 수도 있다”라며 멋진신세계, 1984 등 3대 SF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인용해 우려되는 부분을 짚기도 했다.
“옷을 사고, 음식을 먹고, 영화를 볼 때마다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만족스러운 경험만 하는 것이 좋은 세상인가? 불만족스러운 경험은 모두 필요 없고, 알고리즘으로 덜어내는 것이 옳은가?”라고 질문을 던진 김교수는 “우리가 마이데이터를 통해 만들려는 사회가 이런 사회가 아닌가 돌아봐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동시에, “마이데이터는 결국 나의 데이터를 디자인하는 것이므로 오늘같이 전문가들의 논의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마이데이터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하는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2023 마이데이터 컨퍼런스’는 강남 aT센터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주관으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