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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다운 연구만 하자’는 정부…연구자는 ‘걱정 태산’
전효재 기자|storyta1@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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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다운 연구만 하자’는 정부…연구자는 ‘걱정 태산’

예산 삭감으로 혼란한 연구 현장…‘재정 건전성’과 ‘안정적 R&D 투자’ 균형 필요

기사입력 2023-12-11 17: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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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다운 연구만 하자’는 정부…연구자는 ‘걱정 태산’

[산업일보]
정부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이유로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감축에 나섰다. 성과가 전혀 기대되지 않거나 보조금 성격으로 전락한 사업들을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진짜R&D’를 과감하게 밀어주겠다는 거다.

과학계와 현장 연구자의 반발은 거세다. 갑작스러운 예산 감축으로 연구 현장이 혼란에 빠졌을 뿐 아니라, 부족한 세수를 R&D 예산 삭감으로 메우는 ‘마른 수건 쥐어짜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소규모 R&D 줄이고 '연구다운 연구만 하자'는 정부
‘연구다운 연구만 하자’는 정부…연구자는 ‘걱정 태산’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예산 감축의 근본 취지는 R&D다운 R&D를 하자는 겁니다. 성과가 전혀 기대되지 않거나 보조금 성격의 사업은 지양해야 한다는 철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지난 6일 ‘2023 대한민국 산업기술 R&D대전’ 개막식 자리에서 R&D 예산 감축 관련 정부의 입장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30조 원 이상의 국가 전체 R&D 예산 중 50% 이상이 과제금액 1억 원 이하 소규모 R&D고, 2억 원 이하까지 따지면 전체 R&D의 70%가 소규모 사업”이라면서 “연구 기간도 짧고 성과도 문제가 있지만, 연구자들의 역량 향상과 경력 개발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소규모 R&D 사업이 사실상 중소기업 지원 성격으로 변질됐고, 연구 성과 창출이나 연구자 육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이를 줄이겠다는 거다.

무작정 예산을 삭감하는 건 아니다. 소액 과제 위주에서 장기‧대규모 R&D 과제 중심으로 개편해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발표한 ‘윤석열 정부 R&D 혁신방안’은 ‘연구과제 당 연구비를 적정규모(최소 1억 원 이상) 이상으로 유지하고, 기술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12대 국가전략기술 R&D를 연간 5조원 수준으로 지속 투자한다’고 밝혔다.

장영진 차관은 “과제가 장기화‧대규모화돼 연구 성과로도 이어지고, 연구자의 역량 향상과 경력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예산 감축에 연구 현장 ‘혼란’
‘연구다운 연구만 하자’는 정부…연구자는 ‘걱정 태산’
'2023 대한민국 산업기술 R&D대전'

성과가 나지 않는 소규모 R&D를 줄이고 기초‧원천기술, 차세대 기술 중심 투자로 전환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다만, 갑작스러운 예산 삭감과 구조 변화가 가져올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현장 연구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2023 대한민국 산업기술 R&D대전’에서 만난 한 기업 연구원은 “기존 예산에 맞춰 내년도 계획을 다 짜 뒀는데, 갑자기 예산이 줄어 장비 도입 단계부터 연구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또한 “(예산 삭감이) 어떤 기준인지도 잘 모르겠고, 대통령의 의사 결정에 따라 급박하게 진행된 것 같다”면서 “예산이 줄어든 현장 연구자들은 다들 당황한 상태”라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10월 발간한 ‘2024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이하 보고서)’ 보고서는 ‘급격히 감소한 내년도 R&D분야 예산안이 연구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민간기업의 대응투자 축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R&D 사업 연구자들은 짧게는 2~3년, 길게는 5~10년 이상이 소요되는 중장기 계획과 목표를 갖고 R&D 활동을 수행한다. 예산이 급격히 감소하면 기존 수행 과제 뿐 아니라 앞으로 계획한 과제도 추진하지 못하는 등 큰 혼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민간 투자 위축 문제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부 R&D 예산과 자체 재원을 활용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거나 관련 인력 채용과 설비 투자를 계획하던 민간 기업이 급격한 예산 감소로 계획을 취소하고, 결과적으로 민간의 R&D 투자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 외에도 ▲중장기적 특성 고려 않은 예산 감액으로 기존 투자 성과 매몰 ▲예산 지원으로 개발·구축한 장비나 연구 인프라의 사장 ▲내년도 예산 축소로 인한 2025년 이후 재정 부담 ▲민간 대체 불가 분야의 예산 감액으로 관련 R&D 공백 발생 등을 문제점으로 들었다.

재정 건전성과 안정적 R&D 투자 균형 찾아야
‘연구다운 연구만 하자’는 정부…연구자는 ‘걱정 태산’

정부 R&D 예산은 지난 10년 간 꾸준히 증가해 올해 31조 1천억 원을 달성했다. 예산 증액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했다면 이를 바로잡는 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예산 삭감이 가져올 부작용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1일 발간한 ‘과학기술정책 Briref 제15호’는 ‘정부 R&D 축소 편성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는 민간 R&D 투자, 감액 및 조기종료 사업 목표달성의 불확실성, 기술 및 장비·인프라 관련 매몰비용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내년도 예산안은 예산결산위원회 마지막 단계에서 미세 조정을 진행하고 있고, 연구자와 이공계, 과학기술계의 요구들을 꼼꼼히 검토·반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과 안정적 R&D 투자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까. 연구 현장과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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