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일보]
로봇이 일상으로 들어왔다. 제조 현장에서는 로봇과 사람이 공간을 공유해 협업하고, 서비스 영역에선 사람이 수행하기 힘든 작업이나 단순 작업을 로봇이 대신한다. 물류, 배송, 접객, 조리 등 활용 범위도 무궁무진하다.
한국은 로봇을 가장 많이 쓰는 나라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한국의 로봇 밀도는 2021년 기준 근로자 1만 명 당 1천 대로 세계 1위다. 세계 평균이 141대에 그치고 2위인 싱가포르가 670대인 것을 감안하면 큰 격차다.
그럼에도 한국 로봇산업 기술력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선두 기업의 80~85%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지난해 10월 ‘2023 소부장뿌리 기술대전’에서 만난 국내 협동로봇 기업 관계자는 “고정밀 제어부품, 로봇용 소프트웨어 등 핵심기술은 아직 해외 의존도가 높다”라고 말했다.
로봇산업 가파른 성장…대기업도 진출

로봇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이 4일 발간한 ‘지능형 로봇 및 생성형 AI 동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지능형 로봇은 2026년까지 연평균 12.29% 성장할 전망이다.
가파른 성장의 이유는 ‘사람이 귀해서’다. 선진국의 인구구조 변화는 공통적이지만 한국은 특히 심각하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0년 3천738만 명인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50년이 되면 2천445만 명으로 약 35% 줄어든다.
로봇은 생산성을 높이고 인구구조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그 자체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된다. 특히 첨단로봇은 제조업뿐 아니라 방위‧우주‧항공 등 신산업 분야와 서비스산업까지 폭넓게 적용할 수 있어 잠재력도 높다.
로봇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으면서 국내 대기업도 로봇 시장에 진출했다. 한화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HD현대로보틱스 등이 대표적이다.
핵심 기술력은 선두 국가보다 부족…경쟁력 강화 필요

한국은 2000년대부터 로봇 연구개발(R&D)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해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서비스로봇 분야에서 앞서가는 미국과 제조로봇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갖춘 일본, 독일과 비교하면 기술력은 80~85% 수준이다.
이준석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연구위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매월 발간하는 ‘나라경제 2024년 1월호’에서 ‘한국은 로봇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는 기술력을 갖췄지만, 로봇용 핵심 부품이나 소프트웨어 기술은 뒤처져 있다’면서 ‘핵심 기술의 향상 없이는 로봇산업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로봇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속적 연구개발 투자 ▲로봇 활용성 확대를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뒤처진 핵심부품과 소프트웨어 영역 경쟁력을 지속적 연구개발로 끌어올리고, 로봇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법과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이준석 연구위원은 ‘자동차와 전기전자 산업을 중심으로 적용되던 로봇 기술을 1차 산업과 서비스산업 분야로 확산해 로봇 활용이 일상화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부 2030년 첨단로봇 100만 대 이상 보급 목표…로봇과 ‘공존’ 준비해야

정부도 로봇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팔을 걷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14일 ‘첨단로봇산업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민관협력으로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기술‧인력‧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 산업 영역을 대상으로 로봇을 100만 대 이상 보급해 산업적‧사회적 기여도를 높일 계획이다.
제도적 기반도 새로 갖춘다. 지능형로봇법을 전면 개편해 기술진보와 로봇산업 변화에 맞게 지원한다. 로봇 확산에 따른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로봇윤리헌장과 윤리 가이드도 마련한다.
정부 계획처럼 로봇과 사람의 공존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백승민 LG전자 로봇선행연구소장은 ‘나라경제 2024년 1월호’에서 ‘딥러닝 기술과 급격히 발전한 AI 기술이 로봇과 사람의 공존을 촉진했다’라고 분석했다.
로봇 비전 기술이 주행로봇과 로봇팔의 역량을 높였고, 초거대언어모델(LLM)의 발전으로 작업을 능동적으로 계획‧수행하는 서비스로봇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백승민 연구소장은 ‘로봇 기업은 제조 원가나 서비스 비용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안전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리 위험인자를 도출해 대응하면 고객의 신뢰를 얻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로봇을 일자리 대체 문제 등 우려나 거부감으로만 바라보기보다는 로봇과 같이 협업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여갈 수 있다는 발전적 기대를 가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