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인터넷, 모바일 등 온라인 거래가 늘어나며 플랫폼이 소비자의 신상정보, 인터넷 검색‧방문기록, 구매이력, 행동패턴, 나이 등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게 됐다. 고객이 생각하는 재화의 가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가격차별’ 문제가 중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하는 ‘하나금융 포커스 제14권 6호’에 ‘빅데이터 시대의 가격차별’ 보고서를 게재했다.
‘가격차별’은 동일한 상품에 소비자에 따라 다른 가격을 받는 행위다. 가격차별 자체는 불공정 행위가 아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구매 수량이 들어나면 가격을 낮추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판매자가 구매량에 따라 가격을 달리해 다량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싸게 사고 판매자는 매출을 올린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2급 가격차별'이다.
'3급 가격차별'은 소비자의 특징에 따라 시장을 분할하고, 각 시장에서 서로 다른 가격을 매기는 것이다. 영화관이 대표적이다. 조조나 심야 영화표는 가격이 저렴하다. 수요가 적은 시간대에 낮은 가격을 책정해 관람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완전 가격차별’이라고 불리는 1급 가격차별은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소비자가 상품에 얼마까지 지불할 생각이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소비자별로 다른 판매 가격을 설정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세 소비자가 한 상품에 각각 1만 원, 2만 원, 3만 원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판매자가 이를 안다면 각각의 소비자에게 1만 원, 2만 원, 3만 원에 팔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어렵다. 소비자의 지불 의사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힘들고, 판매 가격이 여럿이란 걸 소비자가 알면 당연히 낮은 가격에 구매하려 들어서다.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1급 가격차별’이 가능해졌다. 강경훈 교수는 ‘굳이 소비자 별로 다른 가격을 책정할 필요 없이, 동일한 온라인 검색에 대해 서로 다른 제품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저렴한 상품만 구매하는 고객 A에게 알고리즘은 저가 제품만 보여준다. 반면 검색을 자주 하지 않고 가격이 높아도 구매하는 고객 B에겐 저가 옵션을 목록 뒤쪽으로 숨긴다. 고객 별 가격을 표시하지 않아도 효과적으로 가격차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강 교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가격차별은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면서 ‘높은 가격을 부과하기 위한 소비자 분석 행위를 규율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