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에는 2054년 워싱턴의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 크라임’이 등장한다.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범행을 저지를 사람을 미리 예측해 미래의 범죄자를 체포하는 시스템이다.
‘프리 크라임’은 ‘범죄 예정자를 미리 체포해도 되는가?’라는 윤리적 물음을 던진다. 영화 속 체포 장면에서 경찰은 ‘살인 예정 혐의’라는 괴상한 혐의를 대며 수갑을 채운다. 체포된 순간 예정된 살인은 없는 것이 되지만, 체포된 이들은 교화 과정에 들어간다.
산업계에도 ‘프리 크라임’으로 불릴 시스템이 있다. 각종 센서로 설비의 고장 발생 가능성을 예상하고, 큰 이상으로 번지기 전에 미리 정비하는 ‘예지보전’이다. 영화 속 ‘프리 크라임’과 달리 윤리적 문제도 없고 오히려 범인(설비 고장)을 잡아들일수록 이득이다.
스마트팩토리 핵심 기술, 예지보전
독일의 리서치 기업 IoT Analytics가 지난해 발표한 '예지보전 시장: 2024년 이후 5가지 주요 사항(Predictive maintenance market: 5 highlights for 2024 and beyond, 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 및 가스·화학·광업·철강 등 11개 산업에서 생산 공정이 갑자기 중단됐을 때 시간당 평균 12만5천 달러를 낭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철강, 반도체, 자동차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업은 설비 고장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으로 큰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설비의 압력·온도·진동 등 데이터를 습득하고,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원인·고장 시점·남은 수명 등을 예측하는 ‘예지보전’이 중요한 이유다.
숙련 전문가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고장 원인을 분석하는 수많은 과정을 자동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로봇,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팩토리’는 많은 데이터가 발생해 예지보전 솔루션 도입이 더욱 수월하다.
정확도 낮았던 예지보전…분석 기술 향상으로 '긍정 신호' 나와
보고서는 예지보전의 주요 세 가지 유형으로 ▲간접 고장 예측(Indirect failure prediction) ▲이상 탐지(Anomaly Detection) ▲잔존 수명 예측(Remaining useful life prediction)을 제시했다.
간접 고장 예측은 기계설비의 현 상태를 점수로 산출해 간접적으로 고장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동일한 유형의 기계에 쉽게 적용할 수 있고, 기존 센서와 데이터를 활용해 추가 비용이 적다. 다만 설비 고장 시점을 알려주진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이상 탐지는 일반적인 패턴에서 벗어난 데이터를 식별하는 것이다. 고장 데이터를 사용해 향후 고장을 예측하는 다른 방식과 달리, 이상 탐지는 과거 고장 데이터 없이 정상 데이터만으로 구축할 수 있다. 학습 데이터가 덜 필요하고 적용이 쉽지만, 정확도가 학습 모델에 따라 달라진다.
잔존 수명 예측은 설비를 수리·교체하기 전 정상 작동할 수 있는 시간을 알아내는 것이다. 신뢰도가 높아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드는 산업에 적합하지만, 초기 구축 비용이 많이 들고 확장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보고서는 ‘과거 예지보전 솔루션의 정확도가 50% 미만으로 높지 않았지만, 더 많은 데이터가 공급되고 AI 기반 분석을 비롯한 더 좋은 분석 기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예측 정확도가 많이 높아졌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예지보전 솔루션 공급업체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힘쓴 결과 최종 사용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신호가 나왔다’면서 ‘예지보전 도입 업체 95%가 긍정적인 ROI(투자 수익률)을 보고했고, 이 중 27%는 1년 이내 투자 비용을 회수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