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일보]
처음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중소기업에게 ‘수출’은 해외에서 자사의 기술이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여부를 살펴보는 ‘시금석’인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기회의 땅’을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다. 해외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이 자사의 첫 수출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수출을 시작하는 기업들이 처음부터 해외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얻기 위해 무리수를 두거나, 아니면 모든 것을 완벽히 갖춘 후에 해외시장에 나가기 위해 준비만 하다가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91년 설립된 이래 제조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릴(Reel)과 육상전원공급장치(AMP 시스템)용 케이블 릴’ 등을 전문적으로 생산‧수출해 온 주식회사 코릴(KOREEL)은 첫걸음을 내디딘 순간부터 ‘수출’을 염두에 둔 기업으로 시작해 지난해 연말에는 ‘칠백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초기투자’ 선행돼야 해외 시장에서 열매 거둘 수 있어

1991년에 회사를 설립한 오현규 대표는 설립 이듬해인 1992년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타진해, 2007년부터 본격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러한 오현규 대표가 해외시장을 진출하려 하는 중소기업에게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초기투자’의 중요성이다.
“수출은 처음에는 이윤을 남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오 대표는 “MOQ(최소발주수량)을 정하고 수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처음에는 샘플 정도는 그냥 보내고 대신 물량을 확보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해야 한다. 코릴도 예전에 튀르키예에 샘플을 보낼 때는 반값으로 보낸 일도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가 덧붙여 언급한 것은 수출을 시작한 이후에도 한동안은 가격을 변동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해외 업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들 사이에서 한국 제품은 ‘가격 변동이 심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한 오 대표는 “최소 2년 정도는 처음 납품한 가격에서 변동이 없어야 신뢰관계가 쌓인다”고 조언했다.
구색 맞추려면 늦는다. 현장에서 답을 찾는 것이 최선
수출 시장을 두드리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여러 가지 정책이 마련돼 있지만, 막상 실무에 돌입하면 여러 가지 부분에서 막히는 부분들이 있어서 시간을 지체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경험이 일천한 중소기업들의 경우 자신들이 마주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역량을 분산시킬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에 대해 오현규 대표는 “구색을 맞추려고 안 된다”고 강한 어조로 말한 뒤 “내가 몸으로 뛰어야 수출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과 이에 대한 해결책이 체득되는 만큼 현장에서 물어물어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경우 잘난 ‘척’하거나 아는 ‘척’하는 사람들을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때로는 아는 것도 모르는 척 물어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충고했다.
수출지원정책, 아쉬운 부분 있지만 첫 발걸음 떼는 데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오 대표는 언급했다.
“처음 해외시장을 나가려고 할 때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막막할 때가 있는데 코트라(KOTRA)에서 진행하는 ‘해외시장개척단’을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오 대표는 “정부의 지원 정책이나 중소벤처기업부, 무역협회 등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현장에서 겪었던 정책의 난맥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줬다. 이 중 가장 힘주어 말한 것 중 하나는 미국 수출 시 필요한 ‘UL인증’이 갖고 있는 맹점이다.
“UL 인증은 미국 보험사에서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만든 제도인데, 취득 비용은 지원이 되지만, 1억 원에 달하는 연간 유지비용은 지원이 안 돼, 아예 취득이나 유지를 포기하는 기업도 있다”고 말한 오 대표는 “중소기업에 한해 한시적으로 UL 마크 유지비용을 포함시키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 대표는 위에 언급한 UL에 대한 내용 외에 ▲중진공 GBC 현지인력 채용 지원 ▲M&A를 포함한 해외투자유지 지원 ▲수출바우처 해외전시회 참가 지원 규정 개정 ▲러시아 수출대금 수취 관련 공식 매뉴얼 제공 등의 내용을 정리해 중소기업진흥원 이사장에게 제출하기도 하는 등 후배 수출기업들의 애로를 덜어주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쓰고 있다.
덧붙여 오 대표는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어학실력이 좋고 기능적인 측면이나 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뛰어난 편”이라고 말한 오 대표는 “특히 해외 영업의 경우 재직기간이 길어서 회사의 수출 업무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직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오 대표는 “코릴은 항상 10년 후 미래를 생각하는 기업”이라고 말한 뒤, “우수한 인적자원, 연구개발 및 기술력, 그리고 ESG 경영시스템을 바탕으로 한국 1위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 호주, 영국, 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 수출하면서 산업용 릴 분야의 글로벌 리더 및 세계일류상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