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지난 6월 23일 발생한 아리셀 폭발 사고로 인해 23명의 국내외 근로자들이 사망한 가운데, 중소제조업계의 인력구조가 변화하지 않으면 이러한 대규모 인명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시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박종식 박사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긴급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서 국내 중소기업계의 인력 구조를 살펴보고, 이러한 구조가 아리셀 사태와 같은 중대재해의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종식 박사는 ‘중소제조업 일자리 특성과 예방체계 구축 방안’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제조업은 건설업과 함께 재해율이 높은 업종이며, 특히 50인 미만 제조업체의 사망사고 비율이 50인 이상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한 뒤 “기업 규모별 사업장 수에서 제조업계는 50인 미만의 사업장 수가 압도적인 만큼 중소사업장에 대한 행정적 감독 및 지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중소사업장의 산업안전은 ▲경영자의 안전리더십 ▲안전보건조직체계 운영 ▲안전보건 전문성 함양 ▲근로자들의 안전 보건 활동 등이 기반이 돼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한 박 박사는 “안전에 대한 전문적인 인력 확보가 어려운데다가 중소사업장일 수록 근로자들의 이직이 잦아 안전문화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분석했다.
특히, 박 박사는 기업규모에 따른 산업안전보건제도의 차등적 적용으로 인해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있음을 꼬집으면서 “5~49인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일부 제도에서 적용을 받지 않으며, 5인 미만 기업은 대부분 제도에서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현행법의 난맥을 짚었다.
박 박사는 특히 중소기업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의 역할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중 2~3차 하청 기업일 경우 장소적으로는 떨어져 있어도 원청이 일정하게 역할을 함으로써 산업안전보건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고 말한 박 박사는 “대기업과 관계가 있는 사내‧외 협력업체의 산업안전보건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원청과 하청의 상생을 통한 증진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박 박사는 “EU의 공급망 실사지침(CSDDD)의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대기업들은 유럽 시장에서의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관계가 있는 중소사업장에 대한 책임이 강화되고 있다”며 “노동환경‧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해 기업의 ESG 경영을 뒷받침하는 지속 가능한 안전보건 상생협력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