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인공지능(AI)이 기업과 산업·사회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가운데 일각에선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AI에 투자한 막대한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고 성능도 과대 평가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 5월 ‘AI 검색’ 기능을 야심차게 출시했다가 체면을 구겼다. 키워드 검색의 시대가 저물고 AI와 자연스레 묻고 답하는 방식이 떠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AI가 오류 섞인 답변을 쏟아내면서 기능을 축소했다.
AI의 거짓말,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은 생성형 AI 등장 초기부터 지적된 문제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챗GPT에게 한국의 추석 명절 기간을 묻자 올해 추석이 9월 14일부터 16일까지라는 오답이 돌아왔다. 올해 추석은 9월 16일부터 18일까지다.
AI는 정말 혁신을 불러올 수 있을까.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AI를 향한 전문가들의 회의적 시각을 정리한 ‘생성 AI:너무 많은 비용, 너무 작은 이익?(이하 보고서)’를 발간했다.
회의론① : 엄청난 비용 투자해 저임금 일자리만 대체
짐 코벨로(Jim Covello) 골드만삭스 총괄은 보고서에서 ‘AI 기술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기업이 적절한 투자 수익(ROI)을 얻으려면 더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AI에 투입하는 막대한 비용을 회수하려면 코딩이나 데이터 요약 등 기존 작업을 효율화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코벨로 총괄은 ‘현재 AI는 코딩 등 기존 작업을 효율화하는데 가장 큰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사용하는 비용도 기존 방식보다 높다’면서 ‘저임금 일자리를 엄청난 비용이 드는 기술로 대체하는 것은 이전의 기술 변화 방향과는 정반대’라고 주장했다.
회의론② : AI, 인간과 동일 수준 발전 어려워
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 MIT 교수는 보고서에서 AI 모델이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인지 능력을 지닌 ‘초지능’ 수준에 도달하려면 적어도 30년이 걸릴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데이터와 GPU 용량을 두 배로 늘린다고 AI 모델의 능력도 두 배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더 많은 데이터를 투입하면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능력이 오를 순 있지만, 고객 서비스나 문서 이해·요약 등 하나 이상의 정답이 존재하는 ‘개방형 작업’ 능력이 향상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어 ‘인간의 인지 과정은 수많은 감각, 입력, 추론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오늘날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인상적이긴 해도 향후 10년 안에 SF 영화 속 AI만큼 똑똑해지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AI가 ‘자동화’ 위주로 도입되는 것에 우려도 표했다. 그는 ‘AI를 향한 과대평가는 준비되지 않은 기술을 너무 빨리 사용하는 위험을 부를 수 있다’면서 ‘특히 AI를 통한 자동화가 너무 빨리 진행될 경우 인적 자원이 제공하는 유연성과 문제 해결 능력이 사라지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회의론③ : AI 핵심 기능은 어디에?
AI의 ‘핵심 기능’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 인류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혁신 기술과 비교하면 AI의 경쟁력이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짐 코벨로 총괄은 ‘인터넷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값비싼 오프라인 거래를 대체할 저렴한 솔루션이었다’며 ‘오프라인 서점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 아마존은 반스 앤 노블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책을 판매 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뚜렷한 AI 기술 로드맵이 없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스마트폰은 수백 개의 기술 로드맵이 제시됐고, 대부분 업계의 예상대로 진행됐다’면서 ‘일례로 스마트폰에 탑재될 GPS가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대체할 것이란 업계 예측은 그대로 들어맞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AI 기업은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활용 사례가 급증할 것이라 맹신하고 있지만, 생성형 AI가 세상에 등장한지 18개월이 지났음에도 진정으로 혁신적인 기능은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