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기록적인 더위가 지속되면서 냉방기구의 사용이 필수가 되고 있지만, 누진세로 인해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현재 주택용 전기에만 적용되고 있는 누진제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연제 교수는 21일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폭염에 전기요금 폭탄! 누진제 이대로 괜찮은가’ 입법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서 누진제의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발제자로 나선 정 교수는 ‘주택용 누진제 문제점 및 개선방안’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누진제를 보는 시선에는 ‘징벌적 누진제로 인해 서민들만 피해를 본다’는 시각과 ‘전력사용량이 적은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시각이 공존한다”는 점을 전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과도한 누진배율로 인한 소비자 계층간 요금의 불균형이 이뤄지는 동시에, 가구구성의 형태 변화로 인해 에너지 취약계층을 보호하자는 취지가 약화되고 있다”고 말한 뒤 “특히 과거에 비해 에어컨 보급률이 증가하고 기존 가전기기의 대형화, 신규 가전기기 보급 확대 등으로 인해 주택용 전력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누진제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2019년의 감사원 자료를 토대로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전력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의 부담이 오르내리기 때문에 누진제 도입을 통해 기대했던 소득의 재분배는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현행 누진제 구조는 3단계 단가를 낮추고 싶어도 1단계 단가가 이미 낮게 책정돼 있어 한계가 있다. 또한 1단계 소비자는 원가보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전력을 사용하고 있으며, 전력량요금 뿐만 아니라 기본요금 또한 구간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 교수는 “3단계 단가 인하와 1단계 단가 인상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누진제를 설계할 때 구간 설정과 각 구간별 전력소비량 및 단가차를 고려하는 동시에 사업자의 수입안정성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정 교수는 “1단계 단가 인상 없이는 누진제의 완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뒤 “전력소비량에 따라 요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를 선별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며, 해당 재원은 전력산업기금 혹은 정부 재정을 통해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곽상언 의원은 “전기요금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하는 문제”라며, “지금까지 에너지 정책은 한전이 필수 재화인 전기를 독점 판매하면서 ‘주택용 전력’에만 누진 요금규정을 도입해 국민들이 누진 요금규정을 회피할 방안이 없다”고 이번 토론회의 개최 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