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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따라 내수 회복한다더니…실종된 '낙수효과'
전효재 기자|storyta1@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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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따라 내수 회복한다더니…실종된 '낙수효과'

수출·내수 경기 양극화, 韓 경제 리스크로…현대硏 “금리 인하 시급”

기사입력 2024-09-18 15: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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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따라 내수 회복한다더니…실종된 '낙수효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기획재정부 제공)

[산업일보]
“최근 우리 경제는 강한 수출 호조세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8월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보인 가운데 7월 경상수지 흑자도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한 모두발언이다.

정부는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면 경제도 좋아진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13일 내놓은 ‘2024년 9월 최근경제동향’은 ‘견조한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라고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 경기 회복 평가를 5개월째 유지한 것이다.

그런데 국책연구기관의 시각은 달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9일 내놓은 ‘KDI 경제동향 9월호’는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수출 호조의 성과가 경제 전반으로 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출·내수 엇박자…‘낙수효과’ 없었다

위험 신호를 보내는 건 KDI만이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하 현대연)은 6일 ‘내수 회복 모멘텀의 실종 속 수출 경기 회복력 약화’라는 제목의 경제주평을 내놨다. 수출 경기와 내수 경기 양극화가 우리 경제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수출과 내수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다. 지난달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4% 증가한 579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8월 중 최대 실적이다.

수출이 훨훨 나는 반면 내수는 3월 이후 5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현대연은 ‘고금리, 고물가, 소득 정체 등 구매력 여건이 개선되지 못함에 따라 소비 부문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2022년(-0.2%)과 지난해(-1.1%) 2년 연속 줄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0.4% 감소했다. 가계대출은 크게 늘었다. 금융위원회의 ‘2024년 8월중 가계대출 동향(잠정)’을 보면 지난달 전금융권 가계대출은 7월보다 9조8천억 원 증가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8만6천487명의 사업자가 폐업을 신고했고, 이중 내수경기와 밀접한 소매업 폐업이 27만6천564명으로 약 28%에 달했다.

수출 호조 이끈 IT 업종, 고용·가계소득 영향 낮아
수출 따라 내수 회복한다더니…실종된 '낙수효과'

수출 호조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수출 증가세가 일부 품목에 한정돼 있어서다. 올해 수출을 견인한 반도체·컴퓨터·무선통신기기 등은 고용이나 가계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백만 달러당 2.6명에 불과하다.

11일 ‘2024년 8월 고용동향’을 브리핑한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반도체는 다른 업종보다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수출 증가가 고용 상황과 맞지 않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업종별 경기도 크게 벌어졌다. 지난달 반도체(38.8%), 무선통신기기(50.4%), 컴퓨터(183.2%), 선박(80.0%)은 수출 호조를 보였으나 자동차(-4.3%), 이차전지(-4.5%), 철강제품(-1.7%) 등은 부진했다.

현대연은 경제주평에서 ‘12대 주력 수출 품목 중 IT(반도체·컴퓨터·무선통신기기)와 선박을 제외할 경우 8월 수출증가율은 1년 전보다 오히려 감소(-0.6%)했다’고 분석했다.

내수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제조업도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제조업 재고율은 114.6%로 전월보다 9.9%p 상승했고 평균가동률은 71.6%에 머물렀다. 평균가동률이 낮다는 건 생산설비의 효율을 제대로 뽑지 못한다는 의미다.

현대硏, “금리 인하, 리스크 요인 관리 시급”

현대연은 경제주평에서 ‘향후 한국 경제는 수출 환경 변화, 통화정책 방향성에 따라 완만한 회복 국면이 나타나거나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두 가지 갈림길 앞에 서 있다’라고 진단했다.

내수 불황 속 수출 회복에 기댄 현 상황은 완전한 회복 국면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연은 ▲미국 경제 연착륙(침체) ▲중국 부동산 시장 구조조정 강도 ▲수출-내수 간 경기 양극화 등 리스크 요인에 따라 그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인하로의 통화정책 전환과 수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내놨다. 현대연은 ‘고금리로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경제 상황에 맞는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쳤을 가능성이 높고, 소비 침체가 만성화되지 않도록 정부의 전방위적 소비 활성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짚었다.

반도체 등 ICT 수출 호조에 가려진 나머지 업종의 수출 회복에도 힘써야 한다는 조언이다. 현대연은 ‘민관 협력으로 업종별 수출 장애 요인을 파악해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미·중 갈등 등 공급망 리스크 요인도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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