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홍수 및 가뭄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네덜란드,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지중저장(인공함양)기술이 실제 물 공급에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름철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고, 극심한 강우가 발생해 도시 지역을 제외한 도서 지역과 농촌 지역에서는 물 공급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물을 저장하고 공급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중저장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자원순환연구단 정성필, 조경진 박사 연구팀은 안정적 물 저장 가능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중저장 기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적절한 처리 없이 지표수를 지하 대수층에 주입할 경우, 주입수 내 존재하는 동화유기탄소(Assimilable organic carbon)와 같은 유기물을 먹이로 성장하는 미생물로 인한 공극 막힘 현상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KIST 연구팀은 기존 연구에서 인공적으로 제조한 원수에 함유된 동화유기탄소가 지중저장 모사 조건에서 미생물에 의해 감소될 수 있음을 확인한 바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인공적으로 제조한 원수가 아닌 실제 강물을 유입 원수로 이용해 지중저장의 주기적인 주입 및 회수 과정까지 모사했다.
약 13개월 동안 실험을 진행했으며 2주 간격으로 강물을 땅속 모래층에 주입하고 2주 후에 다시 물을 회수하는 방식을 반복하면서 그 과정에서 유기물과 미생물의 변화를 관찰했다. 실험을 통해 강물의 계절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토양 유기물 및 저장된 물의 유기물 농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는 화학적 처리 없이 간단한 물리적 침전 공정만으로도 1년 동안 공극 막힘 현상 없이 안정적인 수질이 유지됐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지중저장 시스템에서 수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미생물의 변화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실제 강물에 존재하는 유기물을 먹이로 활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이 계절별로 변화됨을 확인했다. 이는 지중저장 시스템 내 미생물이 유기물을 저감시켜 공극 막힘 현상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수질 확보에 기여했음을 밝혔다.
이 연구에서 사용된 실험 기법은 국내 지중저장 부지를 테스트하고, 유입수 조건에 맞는 전처리 공정을 제안하는 데 활용될 수 있으며, 향후 지중저장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유기물과 미생물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회수된 물의 수질 평가와 적절한 전처리 공정을 통해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KIST 정성필 박사와 조경진 박사는 “이 연구 성과는 물 공급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물의 대규모 저장 기술로서 활용되고 있는 지중저장 기술의 안정적 운영에 기여할 수 있는 성과”라고 말하며 “파일럿 규모의 대수층 모사 시스템 내에서의 장기간 유기물 및 마이크로바이옴 변화에 대한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초기 연구로서 향후 확장 가능성이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