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AI(인공지능)가 사회 전반을 혁신할 게임 체인저 기술로 자리 잡았다. 각국은 AI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인프라·데이터·인력 등 AI를 자체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국가의 역량을 뜻하는 ‘Sovereign AI’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KDB 미래전략연구소는 최근 ‘Sovereign AI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Sovereign AI가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AI 인프라와 LLM(거대언어모델)을 포함한 파운데션 모델·서비스로 구성된 AI 밸류체인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했다.
AI 언어모델에 국가 정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돼 있지 않으면 고유의 언어,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결과 산출이 어렵다. 왜곡된 답변을 산출하기 쉽다는 것이다. 때문에 보고서는 자국 내 AI 기술과 인프라를 구축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Sovereign AI는 국가 안보와도 연결된다. 국가의 민감정보가 글로벌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삼성전자가 사내 ChatGPT 사용을 허가하자 기업 정보가 미국 기업의 학습 데이터로 유출된 사례를 들었다.
보고서는 이러한 우려로 각국이 Sovereign AI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Sovereign AI 구축은 정부 또는 기업이 주도하거나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하는 등 여러 모양새로 전개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자국의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할 수 있는 LLM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네이버가 2021년 공개한 자체 LLM ‘하이퍼 클로바’를 LMM(대형멀티모달모델)까지 지속 고도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이 네이버를 통해 미국, 중국에 이어 AI 벨류체인 전반을 보유한 3개국 중 하나가 됐다고 평가했다.
‘네이버 클라우드’를 통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고, 한국어 데이터셋 기반 AI 파운데이션 모델인 ‘하이퍼 클로바 X’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클로바X’, ‘클로바노트’, ‘클로바스튜디오’ 등 다수의 서비스를 개발하고 상용화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한국이 네이버를 필두로 AI 벨류체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AI 확산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AI 글로벌 경쟁력 순위에서 4~6위권에 머무르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의 AI 활용률도 30%라는 저조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AI의 실질적 확산 방안으로는 공공영역의 AI 전환 선도를 제안했다. 이미 UN에서 세계 3위로 평가받는 전자정부를 AI로 전환하는 ‘디지털플랫폼정부’를 핵심 콘텐츠로 삼아 Sovereign AI 구축 경험을 국내외로 확산하자는 검토하자는 것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AI와 빅데이터 등 최신 디지털 기술로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연계해 국민·기업·정부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 창출을 목표로 시행 중인 정부 과제다.
보고서는 정부 차원에서 초거대 AI 개발 지원 사업을 통해 대표 사례를 구축하고 기업에 공유해 AI 도입을 장려하는 한편, 한국이 이미 해외에 구축한 전자정부 플랫폼에 AI를 탑재하고 새로운 수요처 발굴을 위해 글로벌 협력을 강화할 것을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