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현대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불러오는 급격한 변화가 새로운 차별과 소외를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과 함께 ‘디지털 포용’을 조명하는 ‘2024 디지털 포용 컨퍼런스’를 20일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진행했다.
본지에서는 이번 행사를 통해 공유된 과기정통부의 ‘디지털 포용 사회 2.0’ 정책과 민간기업의 디지털 포용 활동 사례를 들여다봤다.
디지털 기술 모르면, 경제적 불이익까지 이어져
과기정통부 최지은 사무관은 내년 상반기에 발표할 ‘디지털 포용 사회 2.0’ 정책의 추진 방향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 삶에 편리함만을 더해주던 디지털 기술이, 이제 사회·경제적 불이익을 가져오기 시작했다”라며 “스마트폰 앱을 다루지 못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고, 금융권에선 비대면 거래 시 우대 정책을 펴고 있다”라고 동향을 살폈다.
이어, “급격하게 변하는 AI·디지털 시대를 맞아 새로운 디지털 포용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지금까지의 디지털 포용 정책(디지털 포용 사회 1.0)은 취약계층 대상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정부 주도로 추진했다면, 앞으로 ‘디지털 포용 사회 2.0’은 사회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을 보편적 권리로 보장하고 기업과 시장 중심의 자율적 정책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해설했다.
최 사무관이 설명한 구체적인 과제로는 ▲AI·디지털 교육 지역거점 플랫폼 구축 ▲이용자·공급자 관점의 ‘디지털 부작용 예방 자율 가이드라인’ 정립 ▲‘디지털 포용사회 얼라이언스’ 설치▲‘디지털 포용법’ 기반의 디지털 포용 산업 육성 ▲글로벌 디지털 포용 리더십 확보가 있다.
최지은 사무관은 “AI시대를 맞아 사회·경제적 격차를 극복하고, 전 국민의 ‘디지털 시민’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며 “시민과 기업 주도 정책을 통해,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AI로 접근성 기능 향상
삼성전자의 이의윤 프로는 AI 기술을 활용해 삼성전자 ‘Smart TV’ 제품군에 적용된 접근성 기능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등장인물 중 수어통역사를 판별해 200%까지 확대하거나 사용자의 동작을 인식해 자막 또는 수어 화면의 크기를 조정할 수 있다. 또한 저시력인들의 TV 시청을 돕기 위해 영상 속 사물의 외곽선과 색상을 강조한 ‘릴루미노(Relumino) 모드’, 영상에 표시된 텍스트를 검출해 음성으로 변환하는 ‘들리는 자막’ 기능도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이 프로는 “장애와 비장애는 어떻게 나눠야 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지고 “이른 새벽 가족의 잠을 깨우지 않고 출근 준비를 하기 위해 벽을 더듬거리거나, 해외 컨텐츠를 보기 위해 자막을 사용하는 등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장애인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전자제품의 접근성 기능은 단순하게 장애인을 포용하자는 아주 예전의 방법론을 적용한 것으로, 앞으로는 모든 이들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접근성 기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신한은행, AI 시대 더 편한 금융서비스 제공 노력 나서
“사회 약자를 위한 노력은 결국 사회 전체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만든다”
신한은행의 신동섭 수석은 신한은행의 디지털 포용 성과를 공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신한은행은 한국의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나타난 디지털 소외 현상과 급증하는 고령층 대상 보이스피싱 피해액을 통해 디지털 포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라고 디지털 포용 사업의 계기를 살폈다.
신 수석은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을 개선하는 ‘포용금융’은 과거 저금리대출·사회적금융·신용회복프로그램과 같은 제도권 접근성 강화를 의미했다”라며 “최근에는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도 누구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소외 계층의 금융 접근성 강화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ATM의 UI를 고령자 중심으로 개선해 글씨크기를 확대하고, ‘예금출금’·‘계좌이체’ 등의 기존 용어를 ‘돈 넣기’·‘돈 보내기’와 같이 쉬운 말로 대체했다. 이러한 기조는 신한은행의 모바일 금융 어플리케이션에도 적용됐으며, 특히 ‘쉬운 가이드’를 개발해 포인터 하이라이트와 쉬운 텍스트를 통해 어플리케이션 사용의 장벽을 낮추고 있다.
또한, 점포 이전 및 통합으로 발생한 유휴공간에 금융소비자 교육센터 ‘학이재’를 조성했다. 실제와 동일하게 구성한 무인 점포 환경에서 체크카드를 발급하고,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키오스크에서 체험자가 결제를 체험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동섭 수석은 “최근 읽은 한 책에서 ‘우리가 한 일이 우리를 설명한다’라는 구절을 접했다”라며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철학이, 개인을 넘어 기업과 조직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한은행은 AI 세상에서도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포용 실천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스코이앤씨, 노인·장애인 특화 스마트홈 서비스 개발
포스코이앤씨는 노인·장애인 특화 스마트홈 서비스를 개발했다.
포스코이앤씨의 임남혁 차장은 “스마트홈 서비스는 집 안의 다양한 기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거주자의 삶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해주는 서비스”라며 “이에 따라 스위치가 ‘월 터 스크린’ 방식으로 변했고 월패드도 복잡해지면서, 노인과 장애인에게는 오히려 불편이 가중됐다”라고 동향을 전했다.
이어 “노인·장애인의 다양한 의견과 사례를 청취해 특화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작하고, 포스코이앤씨의 아파트 브랜드 ‘더 샵’에 적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의 스마트홈 제품으로는 먼저 ‘원클릭 스마트 스위치’가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이 휴대하는 IoT 장비로, 버튼을 눌러 월패드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비상알림 버튼을 통해 사용자가 위급상황에서 경비실과 가족의 스마트폰으로 알람을 보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월 터치스크린’ 방식의 스마트 스위치는 표면에 굴곡이 없어 시각장애인이 조작하는데 애로사항이 크다. 때문에, 포스코이앤씨는 시각장애인 거주 세대에 점자가 적용된 스위치를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월패드에도 점자 커버를 반영하고, 메뉴 간소화 및 음성 안내 기능을 적용했다.
‘AiQ 스마트케어’ 제품도 개발했다. 생체 감지 센서가 내장돼 심박수·호흡수를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색상 표시 기능을 탑재해 시각적 알림 기능을 지원함으로써 청각 장애인의 상황 인지를 돕는다. 색상 표시는 방마다 있는 스마트 스위치와 월패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임남혁 차장은 “포스코이앤씨는 누구나 차별 없이 스마트홈 기술을 누릴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속해, 디지털 포용 실천에 기여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