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제조AI①]중소기업 제조 AI, “늦으면 경쟁력 상실”](http://pimg3.daara.co.kr/kidd/photo/2025/01/24/thumbs/thumb_520390_1737707508_19.jpg)
인력이 없으면 공장도 멈춘다. 문 하나를 생산할 때 검사할 포인트만 100개에 달했다. 플라스틱 부품을 결합하는 건 자동이지만, 결합이 잘 됐는지는 사람이 일일이 검사해야 했다. 하루 1천 개만 생산해도 사람이 10만 개의 포인트를 확인하는 셈이다.
A사는 제조 인공지능(AI)에서 답을 찾았다. AI 모델에 불량품의 이미지 데이터와 정상품의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시켜 불량을 판별하도록 했다. AI가 현장 근로자를 도우면서 생산을 멈추지 않아도 됐고, 작업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김일중 카이스트(KAIST) 제조AI빅데이터센터 교수(센터장)의 경험을 토대로 재구성한 중소기업의 제조 AI 도입 사례다.
‘제조 AI’는 제조업의 생산성과 품질을 개선하면서도 중소 제조기업이 직면한 인력난과 숙련공 은퇴 문제를 해결할 핵심 기술이다. 김일중 제조AI빅데이터센터 교수(센터장)와의 전화 인터뷰로 제조 AI의 필요성과 글로벌 기술동향, 중소기업의 AI 도입 전략을 들어봤다.
중소기업 제조 AI, 늦으면 경쟁력 상실
중소 제조기업의 AI 도입이 왜 중요한지부터 짚어보자. 김일중 교수는 국내 제조업의 AI 도입이 늦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 제조업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독일, 중국 등 제조 선진국은 계속해서 제조업을 고도화하고, 인도 등 후발주자의 추격도 매서운 상황이다. 제조 AI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특히 중소기업은 국내 제조업의 97%를 차지한다. 우리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제조업의 근간인 중소 제조기업이 무너지면 한국도 선진국과 추격국 사이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김일중 교수는 “AI와 제조 데이터를 지렛대 삼아 제조 경쟁력을 효율적으로 높여야 한다”면서 “AI는 우리 제조업의 생산성과 품질 개선, 공정 최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렛대 효과를 낼 수 있고, 이제 제조업과 AI는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라고 진단했다.
제조 AI 도입 효과…숙련공의 '감'을 과학적 데이터로
제조 AI를 활용하면 현장에서 숙련공의 ‘감’에 의존하던 부분을 정확한 수치로 표현할 수 있다. 생산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하는 여러 조건과 핵심 공정 변수를 데이터를 기반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뿌리산업에 속하는 사출성형을 예로 들어보자. 충진 시간, 스크류 평균 속도, 재료 주입구 온도 등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숱하다. 과거에는 이를 장인의 감에 의존해 결정했지만,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하면 어떤 조건이 가장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지 수치로 알 수 있다. 예컨대 ‘재료 주입구 온도가 스크류 속도보다 3배 이상 영향을 일으켰다’라고 정량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제조 AI를 계속 활용하면서 진단 데이터가 쌓이면 ‘예측’의 영역까지 넘어갈 수 있다. AI가 어떤 경우에 문제가 발생했는지 학습해 특정 조건에서 미래의 불량품이 나온다는 것을 미리 알리는 것이다. 설비 유지보수 등을 사전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김일중 교수는 제조업의 생성형 AI도 주목할만한 기술로 꼽았다. 제조 현장의 전문 지식을 학습한 생성형 AI 챗봇은 숙련공이 부족한 제조 중소기업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 예컨대 현장 작업자가 "사출성형기의 핵심 공정 변수를 알려줘"라고 물으면 "사출 시간, 사출 압력, 사출 속도 등이 있습니다"라고 생성형 AI 챗봇이 대답하는 것이다.
특히 제조 생성형 AI가 각광받을 분야는 AI 학습을 위한 증강 데이터 생성이다. 제조 AI 모델을 만들거나 기존 AI 모델을 보다 다양한 케이스로 최적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독일의 한 기업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광학검사용 AI 솔루션을 개발했다. 제조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합성 이미지 데이터를 생성해 학습시켰고, 6~12개월이 걸리던 AI 최적화 작업을 단 몇 주 내로 단축할 수 있었다.
김일중 교수는 “향후 제조업은 AI를 잘 활용하는 기업과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으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국이 글로벌 제조업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려면 AI 도입을 ‘목적’이 아니라 제조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도구’로 인식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조 공정을 운영하는 것이 AI 개발의 첫걸음이고, 구축한 AI 모델을 계속해서 개선한다면 품질 제고와 생산성 극대화를 넘어 근로자의 업무환경도 개선할 수 있다”면서 “우리 중소 제조기업도 사람과 설비, AI가 함께 성장하는 제조 현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중소기업 제조AI②]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