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북극항로 거점항구 유치를 위해, 부울경 일대에 ‘첨단산업 메가시티’를 구축해야 한다”
서울대학교 김태유 명예교수가 더불어민주당 해양수산특별위원회의 주최로 2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북극항로 시대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제언했다.
‘북극항로: 위기를 기회로, 대한민국의 꿈과 도전’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한 그는, 먼저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2007년과 2022년 한국 예측 보고서를 비교했다.
2007년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인당 GDP가 2050년 미국 다음 세계 2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2022년 보고서에선 한국의 국가 총 GDP가 세계 24위로 필리핀, 베트남, 방글라데시, 태국보다 아래에 위치할 것이라고 태도를 바꿨다.
김 교수는 이를 두고 “지난 30년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매 정부, 대통령 임기마다 진영 가릴 것 없이 1%씩 하락해왔다”라며 “성장률 감소는 기존 성장 동력은 식고 있는데 새로운 성장 동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골드만삭스도 이를 지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개막하며 내세운 ‘각자도생’ 기조에 따라 한국에 ▲양안전쟁(중국-대만) 위기 고조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 시사 ▲북미협상 ▲한중 관계 악화 ▲일본의 일방적인 정책, 5대 위기가 부상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양안전쟁 발발 시 두 번째로 큰 피해자는 한국이 될 것이라며 “전쟁으로 남방항로 중 하나인 동중국해가 막히면, 석유·가스 수입이 중단됨과 동시에 우리의 수출 상품도 묶이게 되면서 한국 경제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양안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는 동중국해, 세계 해적 사고의 60%가 발생하는 말라카해협, 소말리아의 아덴만 등 한군데에서라도 문제가 생기면 한국 경제에 위협으로 다가온다”라며 “그동안은 미국이 중동에서 석유 수입을 위해 항로를 지켜왔지만, 셰일 혁명을 통해 자체 생산에 수출할 여력까지 생기면서 각자도생을 선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유 교수는 “이러한 상황 중에, 북극항로의 개통과 러시아의 동진은 행운의 여신이 한국을 향해 미소 짓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우선 북극항로를 통해 불안 요소가 커지고 있는 남방항로를 우회할 수 있다.
또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휴전 또는 종전하게 되더라도 유럽 국가들과는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는 관계 개선이 쉽지 않다. 그 때문에 동쪽에서 새로운 무역파트너를 구할 것으로 전망되며, 애증의 관계인 중국이나 영토 분쟁으로 상당히 껄끄러운 사이인 일본보다는 국민호감도가 높은 한국이 파트너를 차지하기 쉬울 것이라는 예측이다.
김 교수는 “한국이 북극항로의 선점 및 발전을 위해선, 북극항로를 실효지배중인 러시아와 더불어 북극항로 개척 기술·자본을 갖춘 미국까지 삼국 간의 ‘합종’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극항로의 ‘거점항구’를 꼭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제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길목이라고 해도, 좋은 점포를 개설해야 상권이 형성되고 돈이 모인다”라고 말하며 “항구 없이 선박들이 항로만 이용하면 바다 오염 외에는 얻을 게 없다”라고 해설한 것이다.
김태유 교수는 “한국 최대의 항구였던 부산이 무너지고 있고, 경제 발전의 동력이었던 울산이 녹슬고 있다”라며 “부울경 부근의 배후 단지에 첨단 기술 기반의 메가시티를 개발하고 거점항구 유치를 준비해야 북극항로의 자원과 혜택을 얻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 영향으로 한려수도에는 금융·관광·쇼핑·물류·생산·환적이 모이는 중심지가 조성될 것”이라며 “한반도의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두바이가 탄생할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발제를 마무리하며 “지정학적으로 변방 국가에 머물렀던 한국이 중심 국가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라며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이 하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 해주지 않는다”라고 정책적인 움직임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