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바야흐로 ‘스마트 물류’의 시대다. 제조업의 ‘스마트화’는 애초 제품의 생산 단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제조 현장에서 사용되는 장비나 설비의 스마트화에 대한 담론이 이어져 왔으며, 최근에는 AI 기술의 발달로 정점을 찍는 중이다.
이렇듯 제품의 제조 과정에서의 스마트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사람들의 시선은 다음 단계인 ‘물류’로 옮겨가고 있다. 자율주행로봇을 비롯한 다양한 장비와 솔루션들이 이끌어가고 있는 스마트 물류는 현재 진행 중인 제조업의 스마트화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본보는 3월 12일 개막해 1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코엑스와 한국산업지능화협회 등의 공동 주최로 열린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Smart Factory+Automation World 2025, AW 2025)’에 참가한 국내외 기업들이 물류 산업의 스마트화에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동시에 물류 산업의 스마트화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선도 함께 살펴봤다.
물류 로봇, 스마트물류의 알파와 오메가
물류 분야와 관련해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품목은 ‘물류 로봇’이었다. 주최 측인 코엑스에서 배포한 사전 보도자료를 통해 물류 로봇이 대거 출품되리라는 것은 예견됐으나 현장에서 만나본 물류 로봇들은 생각보다 한층 고도화된 모습들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국내 전시회에 참가한 현대글로비스는 그룹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스트레치’를 선보이면서 이를 통해 물류 시장의 스마트화를 이뤄 나갈 계획이다.
스트레치는 물류 자동화 솔루션인 디팔레타이징(De-Palletizing)기능을 갖춘 세계 최초 물류 로봇으로서, 컨테이너에 적재된 화물들을 신속 정확하게 원하는 지점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김태훈 책임매니저는 “물류의 자동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스트레치는 창고 내에서의 박스 핸들링이 자유자재로 이뤄지도록 만들어졌으며, 이를 위해 고정밀 비전시스템과 흡착식 그리퍼를 탑재했다”며 “완성도 높은 엔드 투 엔드 물류 자동화 솔루션이기 때문에 물류 기업에서 많은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 자동화 및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기업인 로크웰 오토메이션은 ‘자율제조’를 핵심 주제로 삼은 부스를 운영하면서 물류로봇을 선보였다.
로크웰 오토메이션이 선보인 ‘OTTO 100’은 캐나다의 Clearpath Robotics의 산업자동화부문인 OTTO Motors를 로크웰 오토메이션이 인수하면서 이번 전시회에 출품됐다.
로크웰 오토메이션의 김성철 부장은 “OTTO Motors는 AMR에 포커싱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OTTO 100의 경우 최대 150kg의 적재 용량을 커버 하며 최대 2.0m/s의 속도로 이동이 가능하다”고 말한 뒤 “OTTO 600, OTTO 1200, OTTO 1500 및 OTTO Lifter등 여러 AMR 라인업을 제공해 다양한 적재용량에 대해 대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OTTO100을 도입한 GM 북미의 경우 여러 플랜트에 표준으로 적용해 운용 중이며, Mauser Packaging Solutions의 경우 6배의 물동량 향상 효과가 있었고, GE Aerospace의 경우 첫해 적용으로 130만 달러의 원가절감이 있었다는 것이 로크웰 오토메이션 측의 설명이다.
중국 기업인 리비아오 로보틱스는 ‘에어롭(AiRob) 시스템과 3D 소팅 시스템을 통한 스마트 물류 구축을 시연했다.
리비아오 로보틱스의 마케팅 책임자인 씨씨(Sisi)는 ‘3D 소팅 시스템’에 대해 “다수의 소형 로봇이 협력해 상품을 신속하게 분류하는 기술로, 물류량 증가에 맞춰 로봇 수를 조정할 수 있어 성수기에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뒤 “쇼핑 시즌이나 대형 프로모션 기간 동안 3D 소팅 시스템을 활용하면 물류량 증가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스마트해지는 물류, 핵심은 AI
물류 분야의 스마트화가 가속도를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이커머스의 발달과 함께 공간의 효율적인 활용에 대한 필요성의 증대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AI 기술 발달에서 요인을 찾을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김태훈 팀장은 “물류 분야에서도 자동화 기술적인 시도가 적용되고 있고 특히 로봇 기술과 AI 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기술을 융합하는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서 물류비용의 절감 그리고 업무 효율의 개선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태훈 팀장의 언급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이미 자사의 사업장에서 스마트 물류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으며, 여기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토탈 솔루션을 마련해 고객들이 실질적인 가치를 얻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리비아오 로보틱스의 씨씨 책임자는 ‘정부의 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중국에서는 AI, 로봇,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첨단 기술이 스마트 물류의 빠른 발전을 주도하고 있으며, 자동화 창고, 무인 분류, 스마트 배송 기술이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스마트 물류의 지속적인 성장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한 씨씨는 “중국 정부가 물류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관련 정책과 인프라,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스마트 물류의 발전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자동화된 창고 시스템을 선보인 오토스토어시스템의 이성현 부장은 “전세계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40%가 제조업에서 발생한다”며 “제조 일정에 따른 차수 데이터를 미리 입력해 로봇이 물류를 재배치해 물류 흐름의 최적화를 구현한다”고 언급했다.
이 부장은 최근의 물류 자동화에 대해 “제조 공정의 자동화는 사실상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이 물류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좁은 국토 면적으로 인해 대지의 효율적인 활용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미 제조업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스마트화는 이제 생산‧제조 과정의 가장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물류 분야에서도 기술의 만개가 임박한 모양새다.
제조를 넘어 물류 분야의 스마트화까지 이뤄진다면 한국이 그동안 꿈꿔왔던 동북아 물류 허브로의 자리매김도 더욱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