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2025년 최저임금은 시급 1만 30원. 사상 처음 ‘1만 원’을 넘어선 수치지만, 인상률은 1.7%로 역대 두 번째로 낮다. 숫자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지만, 그 안에 담긴 현실은 복잡하다. 노동계는 여전히 “이 돈으론 살 수 없다”고 외치고, 사용자 단체는 “지불할 능력이 없다”고 말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매년 갈등의 깊이는 더해진다.
최저임금은 헌법에 명시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가 정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그러나 이 기준이 모든 현장에서 통용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특히 지불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기준’은 곧 ‘한계’가 되기도 한다.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이 매년 논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영계는 업종별·지역별 여건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자고 요구한다. 그러나 노동계는 “누구는 덜 받아도 된다”는 사회적 낙인을 찍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대한다. 실제로 이 제도는 1988년 도입 당시 단 한 번 시행된 이후, 단일 최저임금으로 유지돼 왔다. 2026년 적용을 위한 올해 논의에서도 차등 적용안은 부결됐다.
그렇다면 해외 사례는 어떨까. 미국은 연방 최저임금 외에 각 주가 자율적으로 더 높은 수준을 설정할 수 있어, 뉴욕·캘리포니아처럼 물가가 높은 지역은 더 높은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47개 도도부현마다 다른 최저임금을 책정하고,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별도의 산업별 최저임금도 존재한다. 영국은 연령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으며, 독일은 법정 최저임금 외에도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업종별 상향 조정이 가능하다.
이와 같이 선진국 다수가 ‘지역’, ‘업종’, ‘연령’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나라에는 노사 간 신뢰 기반, 복합적인 사회안전망, 지역 간 임금 격차에 대한 통계 인프라가 전제돼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은 이제 막 ‘1만 원 시대’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단일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차등 적용이 만능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현실은 각자 알아서 버티라는 식의 구조 역시 지속 가능하지 않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반복되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올릴 것인가, 말 것인가’에서 벗어나, 한국 사회에 맞는 해법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