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플라스틱 산업이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기술 혁신의 지속과 더불어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한 대응이 산업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사출성형 분야는 스마트 제조 기술의 도입과 친환경 소재의 적용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도약을 모색 중이다. 본 기획특집은 한국 플라스틱 산업의 동향과 대표 기업들의 전략을 중심으로 현황을 심층 분석한다.
국내 플라스틱 산업, 안정적 성장세 지속…순환경제 가속화
시장조사업체 IMARC는 2024년 기준 한국의 플라스틱 시장 규모를 약 124억 달러(약 17조 원)로 추산하며, 2033년까지 연평균 7.0% 성장해 24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수적인 추정 역시 2024년 137억 달러에서 2034년 243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PC, ABS, PBT 등)은 전기전자, 자동차, 건설 등 고기능성 부품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23년 3억 9,700만 달러에서 2032년 7억 8,800만 달러로 두 배 가까운 성장세가 예상된다. 항공우주 산업용 고기능성 플라스틱 역시 경량성과 내열성을 기반으로 2024년 35억 달러에서 2033년 52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급성장…정책과 인식 변화가 핵심
지속가능성과 ESG가 산업 전반의 핵심 가치로 부각되면서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소비 후 재활용 플라스틱(PCRP) 시장은 2024년 28억 달러에서 2033년까지 연평균 8.5%의 성장률로 51억 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제주와 세종을 중심으로 다회용기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일회용품 사용 제한 등 규제 강화로 2024년 제주 지역에서만 약 36톤의 플라스틱 감축 효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실제 재활용률은 통계상 73%에 이르나, 실질적인 재활용은 약 27% 수준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는 재활용 비용 부담, 시설 인프라의 불균형, 산업군 간 규제 차이 등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사출성형 산업, 스마트·정밀화 기술이 성장 견인
한국의 사출성형 산업은 스마트 제조 기술과 고기능성 정밀소재에 대한 수요 확대에 따라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시장 규모는 약 59억 달러로 평가되며, 2035년까지 89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출성형기 기계 부문은 2023년 5억 5,000만 달러에서 2030년 7억 7,000만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전기전자, 전기차, 의료기기, 식음료 포장 분야에서 고부가 부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미세사출성형(micro injection molding) 기술의 활용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식음료 포장 분야는 2024년 9억 달러에서 2033년 14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Industry 4.0 + 사출성형 = 스마트 금형 상용화 본격화
AI 기반의 공정 제어 기술과 실시간 품질관리 시스템이 사출성형 공정에 본격 도입되며 스마트 금형(smart mold)의 상용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은 심층 강화학습 기반 알고리즘을 개발해 공정 중 불량률을 최소화하고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또한 가스보조 성형(Gas-assisted molding), 컨포멀 냉각(Conformal cooling) 등 고급 사출기술이 도입되면서 사이클 타임은 단축되고, 에너지 효율성과 제품 품질 안정성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이는 전반적인 제조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재활용 시장 확대·정밀 사출기술 고도화…국내 기업, 스마트·수출 전략 본격화
국내 주요 사출기계 제조업체들은 스마트 제조와 친환경 대응을 위한 기술력 강화를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에 나서고 있다. LS엠트론은 AI 기반 사출성형 공정관리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전기식, 직압식, 2단 금형 장비 기술을 상용화하며 스마트 공장화를 견인하고 있다. 우진플라임과 한국하이티엔 역시 제품 포트폴리오 고도화 및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 장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24~2025년 기준으로 보면, 우진플라임은 약 40%의 점유율로 국내 사출성형기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약 5,000개 이상의 국내 사출 업체들이 해당 장비를 사용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LS엠트론은 중대형 전기식 사출기 분야에서 Top-tier 공급 실적을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 폴란드,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으로의 수출도 지속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인 하이티엔(Haitian), 엔겔(Engel), 아버그(Arburg), 닛세이(Nissei) 등은 각각 약 58%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 중이다.
기술 중심의 국산 장비, 우진플라임의 혁신 전략
우진플라임은 연 매출 약 1억 5,000만 달러 중 30%를 해외 수출에서 창출하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회사는 클린폼 사출기술, PLAIMM-X 플랫폼, 그리고 고객 중심의 기술지원 허브를 통해 사출성형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클린폼 사출기술은 현대자동차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된 것으로, 물리발포 성형 시 발생하는 표면 품질 문제를 개선해 도장이 가능한 수준의 성형 품질을 실현했다. PLAIMM-X는 오스트리아 연구기관과의 공동 개발을 통해 점도, 마모 상태, 작동 조건 등의 외부 변수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스마트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20여 대의 장비와 주변설비를 갖춘 테크니컬 센터를 운영해 고객의 신제품 테스트와 생산 컨설팅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LS엠트론, 유럽 시장 공략 본격화
LS엠트론은 북미와 중남미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유럽 시장 확장에 본격 착수했다. 2025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중부·동유럽 최대 플라스틱 산업 전시회인 PLASTPOL 2025에 참가하여 스마트팩토리 기술과 프리미엄 전동식 사출기를 집중 소개했다.
대표적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인 'CSI 4.0'은 금형 자동 인식, 주변기기 통합 제어, 공정 실시간 모니터링 기능을 포함하며, 사출성형 공장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국내 최초의 80톤급 전동 사출기인 WIZ80EP와 프리미엄 포장 시장을 겨냥한 the ONE*-170E 모델을 현장에서 직접 시연하며 글로벌 바이어들의 이목을 끌었다. LS엠트론은 폴란드 지사를 거점으로 유럽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기술 기반의 현지화 전략을 통해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친환경과 디지털 전환, 미래 산업의 두 축
한국의 플라스틱 및 사출성형 산업은 양적 확대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성과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각종 환경 규제와 ESG 요구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며, AI 기반의 제조기술은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친환경과 스마트 제조가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 그것이 바로 한국 플라스틱 산업이 향하는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