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한국 드론 산업은 소재수급 취약, 부품연동 부족, 해외진출 전략 미흡 등 다방면에서 문제를 겪고 있다. 특히 ‘최저가 입찰’ 조달 체계가 국산 기체 신뢰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조달 체계를 가격 중심에서 가치 중심으로 전환하고, 드론 품질 향상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강왕구 무인이동체사업단장은 국회에서 22일 개최된 ‘K-드론 이니셔티브 추진 국회 토론회’ 행사에서 ‘국내 드론산업 실태조사를 통한 산업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강 단장은 “그동안 드론 ‘활용’에 대한 데이터만 가지고 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올바른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라며 “‘드론 활용 산업’과 ‘드론 산업’을 분리해서, 명확하게 진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한국 드론 산업·공급망의 실태를 분석했다. 국내 드론 산업 소재는 이미 중국에 종속된 상태인데, 최근 중국은 희토류 영구자석·게르마늄 등의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비행제어컴퓨터(FCC)나 통신기 제작에 필요한 반도체도 미국·유럽·일본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망 상황 변화 시 영향이 큰 구조적인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품 공급 분야에서는 국내 중견 제조 기업들이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드론 기체 체계 업체들과 협력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해외 시장의 제품만 참고해 생산하다 보니, 국내 드론 기체에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협력 생태계’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제시된다.
또한, 기체 업체들은 최저가 입찰 위주의 조달 체계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왕구 단장은 “최저가 입찰 조건에 맞추려면, 가격이 저렴한 부품을 사용해야 하고 성능 저하를 피할 수 없게 된다”라며 “공공조달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도 최저가 입찰을 하지 않는 경우 이를 해명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제도적인 미비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저가 입찰 조달체계 개선을 위해 그는 ‘K-Blue UAS’ 제도를 제시했다. 드론의 표준을 규격화하고 공공조달기관에서 조달 물품 목록을 올릴 때 표준 규격을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해, 가격 중심의 조달 체계를 가치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해외시장 진출 강화 방안으로는 일본의 ‘공식안보지원(OSA)’ 프로그램 사례를 지목했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 일본과 안보 공동 이해국에 무기나 장비를 제공하고 운용·정비 교육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강 단장은 “OSA처럼 안보 차원에서, 또는 재난 대응 솔루션으로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리 드론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잠재시장 개척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강조했다.
강왕구 단장은 더불어 “현재 드론 산업 육성을 위해선, 도입 보조금 정책이 필수적이지만, 그 혜택이 결국 중국 드론 업체로 흘러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라며 “단순한 보조금 지급을 넘어, 국내 업체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