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저작권자의 관리 단체 선택권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공정거래위원회 심판대에 올랐다. 사단법인 함께하는음악저작권협회(함저협, 이사장 한동헌)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 회장 추가열)의 신탁계약 약관이 창작자의 선택권을 부당하게 제약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음저협을 상대로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함저협은 음저협 약관의 두 가지 핵심 조항을 문제 삼았다. 음저협 약관이 저작자가 현재 보유하거나 장래에 취득하는 모든 음악저작물과 모든 권리를 예외 없이 음저협 한 곳에만 맡기도록 강제해, 권리별(방송권, 공연권 등) 또는 저작물별(특정 곡만) 위탁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또한, 위탁자가 저작권을 음악출판사 등에 양도할 경우, 반드시 양도된 저작권을 양수인이 음저협에 다시 위탁(재위탁)하는 것을 조건으로만 양도를 허용함으로써, 저작권을 넘겨받은 양수인의 관리 단체 선택권마저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함저협은 1988년 저작권 신탁 제도가 도입될 당시 아날로그 환경에서는 정산의 복잡성 때문에 '인별 포괄신탁'이 불가피했을 수 있으나, 정교한 시스템 관리가 가능한 디지털 시대에는 더 이상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특히 세계적인 추세와도 동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함저협은 일본 JASRAC, 미국 ASCAP·BMI, 호주 APRA AMCOS, 영국 PRS 등 해외 주요 단체들은 이미 권리·용도·지역 단위의 선택적 위탁과 부분 철회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유럽연합(EU)의 저작권 집중관리단체 지침(2014/26/EU) 역시 권리자의 선택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함저협은 현 음저협 약관 구조가 시장지배력을 고착화하고 경쟁을 위축시켜 창작자의 자유로운 이동과 선택을 가로막고 있다며, 국제적 운영 사례와 디지털 환경에 맞게 약관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저협은 “약관은 시장의 기본 질서인 만큼, 창작자가 어떤 권리를 누구에게 맡길지 스스로 설계할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선택권이 보장될 때 공정한 경쟁이 작동하고, 그 결과 권리자와 이용자 모두 신뢰하는 지속 가능한 음악 생태계가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