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2025년 연간 소비자물가가 3년 만에 안정권에 진입했지만, 연말 가팔라진 ‘고환율’이 물가 하락세의 발목을 잡았다. 환율 상승이 국제유가 하락 효과를 상쇄하고 수입 원자재 가격을 밀어 올리면서, 산업계의 제조 원가 압박은 오히려 가중되는 모양새다.
31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1% 상승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 이는 2022년(5.1%)과 2023년(3.6%)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치다.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하며 전월(2.4%)보다 0.1%p 하락하는 데 그쳤다. 농산물 출하량 증가로 전체 지표는 낮아졌지만, 환율 여파로 석유류와 수입 물가가 상승하며 물가 하락을 제한했다.
특히 산업 현장의 필수 에너지원인 석유류 가격은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았다. 12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6.1% 상승하며 전월(5.9%)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개별 품목으로는 경유가 10.8%, 휘발유가 5.7%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브리핑을 통해 “환율 상승은 원자재 가격에 이어 수입물가 및 생산자물가, 최종적으로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며 “최근 환율 상승이 이번 달 석유류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수입 비중이 높은 먹거리 물가 역시 환율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12월 수입 소고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8.0% 올랐고, 바나나(6.1%)와 키위(18.2%) 등 수입 과일류도 상승했다. 당국은 이를 해외 산지 작황과 환율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가공식품과 서비스 물가로 인상 압력이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공식품의 경우 올해 연간 3.6% 상승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심의관은 “환율 상승이 계속 지속된다면 가공식품이나 음식 서비스 등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반영 정도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