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2026년 새해를 이틀 앞둔 30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주최로 열린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1차 정책 토론회’는 여느 국회 토론회와는 달리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세 차례에 걸친 주제발표와 패널토론이 끝난 후 정책토론회 참가자들과 전문가들의 질의응답 시간이 시작되면서 토론회는 불꽃튀기는 공방전의 양상으로 이어졌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에너지 분야의 뜨거운 감자였던 ‘원자력’을 두고서다.
포문은 한국수력원자력의 강창호 노조위원장이 열었다. 이미 김성환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참고인으로 참석한 바 있는 강 위원장은 “청문회 당시에는 김 장관이 신규 원전을 정상대로 하겠다고 했으면서 지금 토론회는 탈원전 정책 토론회로 보인다”고 날을 세웠다.
강 위원장은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원전 하나 짓는데 발생하는 비용이 각각 47조 원, 34조 원인 반면, 한국은 11조만 들여도 이들보다 1.4배 더 큰 원전을 지을 수 있는 기술이 있는데 왜 다시 탈원전을 주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에너지전환포럼의 석광훈 전문위원도 맞불을 놓았다. 강 위원장이 언급한 내용에 대해 “원자력 안전기술원의 최근 10년간 자료를 보고 말씀드린 것”이라며 말한 석 전문위원은 “지난 정부에서 맺은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약은 노예협약”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親원자력‧ 反원자력의 대표적 인물들이 맞부딪힌 이 자리는 참관객들 사이에서도 ‘선동을 멈춰라’‧‘그만해라’라는 등의 고성이 오가는 양상으로 번졌고 결국 사회자가 중재를 하면서 일단락됐다.
어찌보면 하나의 짧은 해프닝이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이날 양 측의 격돌은 현 정부가 에너지 문제를 두고 빠져 있는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직전 정부의 원자력 정책을 답습하지도 않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병행’에 방점을 찍고 있는 모양새다. 당장 에너지원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원자력을 외면할 수는 없을뿐더러, AI산업의 발전 등으로 인해 앞으로 전력 수요는 더욱 급증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로 이를 모두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가는 탄소절감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과제다. 화석연료의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의 상황에서 안전에 대한 모든 선결조건이 해결됐다는 전제가 있을 때 원자력 발전을 무조건 외면하는 것은 쉽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