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친환경 정책 강화와 자율주행을 비롯한 기술의 발전으로 전기차 보급률은 지속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전기차 충전기 설치 확대를 위해 보조금 지원과 같은 지원 정책을 집중해 왔으나, 이제는 ‘질적 성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득구·김한규·박상혁 의원은 이러한 과제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18일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전기차 충전기 사용자 경험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장의 애로사항을 전하고, 질적 고도화를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충전기 늘렸지만 불신도 커졌다”
이볼루션 조현민 대표는 “급속·초급속 충전기가 얼마나 설치됐는지와 같은 기술의 도입 속도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형태의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라며 ‘공동주택 완속 충전 시스템 재설계’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그동안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 보급 속도를 높여왔지만, 성과 이후 운영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라며 전기차 충전 요금 인상, 공동주택 인프라 설치 리베이트 의혹, 스마트제어 충전기 실효성 논란 등 최근 충전 인프라를 둘러싼 갈등을 짚었다.
조 대표는 전기차 충전기 사용자 경험을 해치는 요인으로 ▲충전기 교체 기준의 불투명성 ▲전력·계량 구조의 불공정 ▲신축·구축 아파트 격차 ▲상호운용성(OCPP) 부족 ▲운영·책임소재 및 성능 기준 불명확성 등 5가지를 지목했다.
개선 방안으로는 보조금 성과 지표를 ‘설치 대수’에서 ‘운영 품질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신축과 구축 단지별 맞춤형 지원 전략을 적용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조현민 대표는 “전기차·충전인프라 보급만큼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며, 현재 발생하고 있는 갈등 역시 소통의 부재가 원인이라고 본다”라며 “충전할 때만 충전구역을 이용하자는 ‘충전 에티켓’ 캠페인을 추진하고, 우수 충전 인프라 운영 사례를 발굴해 신뢰와 배려의 문화로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구축아파트, 충전 인프라 두고 갈등”
대한주택관리사협회의 이태봉 교육위원은 아파트 관리 현장에서 겪는 고충을 전달했다.
이 교육위원은 “국내 20~30년 이상 된 구축 아파트는 67%로, 주차장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대다수 입주민이 기존에도 부족한 주차공간을 소수의 전기차 입주민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전 시설에 관리 인력·업무가 추가되는 것에도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소방시설과 같은 시설물의 노후화로 전기차 화재에 긴밀한 대응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라고 진단했다. 특히, 공동주택의 전기안전 관리자는 전기설비 업무만 담당해 왔기 때문에 충전기 문제에 대한 해결 지식이 부족하다. 단순한 케이블 문제에도 배전반 전원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전기차 사용자의 충전 경험을 저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화재 안전설비·장비 보급이 미흡해 초기대응의 어려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충전 불편, 구조적 문제가 원인”
토론회에는 CPO(Charge Point Operator, 충전소 운영자) 기업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GS차지비 김정욱 대표는 2025년 전기차 사용자 1천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불편 경험 조사(복수 응답 기준) 결과 ‘충전기 고장(53%)’, ‘충전기 수 부족(47%)’, ‘불편한 위치(29.1%)’, ‘느린 충전 속도(27.4%)’ 등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단순한 충전기 부족을 넘어, 운영 구조와 사용자 경험 전반에 복합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이용자 관점 불편 존재, 플랫폼·인증체계 파편화, 고장 정보 및 운영 품질에 대한 불신, 현장 운영 책임 불명확, 수익성 저하·품질 투자 위축을 개선이 필요한 과제로 꼽았다.
GS차지비의 사용자 개선 사례도 소개했다. 우선 운영사 변경시 기기 전면 교체 대신 펌웨어 수정과 플랫폼 통합으로 비용을 줄이고, 모바일 앱을 통해 일관된 UI/UX를 제공하고 있다.
노후 충전 인프라는 선제적으로 교체해 이용편의 및 안전성을 높이고, 사용자 리서치를 통한 정량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선 우선 순위를 도출한다. AI(인공지능) 기반 예방 정비 체계 고도화도 준비 중이다.
김정욱 대표는 “질적 고도화를 위해선 사용자 편의 및 운영 역량을 반영해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노후기기 개선 기준과 운영 책임 구조 명확화로 운영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라며 “PnC(Plug and Charge) 기능 도입·확대로 충전기 인증 및 결제 간소화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적자 구조에 생태계 불안…전기 요금 체계 손봐야”
초고속 충전브랜드 ‘E-Pit(이피트)’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EV충전인프라팀 김종진 팀장은 전기차·인프라의 기술적 개선과 요금 체계 개편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설명에 따르면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은 25개 차종이다. 그런데, 충전구 위치는 제각각이다. 현재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기반으로 통일화 중이지만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 파생된 모델은 구조적 한계가 있다.
그는 “회사 내부에 충전구 위치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으며, 지속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충전기의 케이블 무게 경량화 시도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충전 경험 개선을 위한 것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변경 작업을 고려 중이다. 또한, 고객들의 전기차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인 거주지 충전에 적합한 솔루션으로 벽 부착 충전기나 무선 충전 등 중장기적 고민도 이뤄지고 있다.
내비게이션이나 카카오·네이버의 지도 서비스의 안내되는 실시간 충전기 상태 정보의 정확도 향상도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김 팀장은 “국내 충전시장은 소규모 업체들로 시작해 SK·LG·GS·롯데 등 대기업이 진출하며 전문적인 경영관리 역량이 투입되고 있지만, 사업 환경은 여전히 적자 상태”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생태계 자체가 자생하기 어려운 단계로, 전기 기본요금을 충전기 정격 용량에서 실제 가동되는 전력량 기준의 종량제 형태로 개편해야 한다”라며 “더불어 충전기 설치 보조금 일부를 유지 보수 및 운영 지원 보조금으로 전환한다면, 질적 고도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