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AI 기술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역할이 기존 정보통신 인프라에서 AI 연산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확대되고 있다. AI 모델 규모가 커지면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가 등장하고 있지만, 신규 시설이 기존 데이터센터 집적지역에서 완전히 분산되기보다는 기존 클러스터를 확대하거나 새로운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다극체제 형태로 분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연)가 발간한 정책연구보고서 ‘AI 전환기, 국내 AI 데이터센터의 분포와 확충을 위한 시사점’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범용 IDC에서 AI 가속기를 탑재한 AI 데이터센터로 전환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워크로드에 따라 학습과 추론형으로, 비즈니스 방식에 따라 클라우드·코로케이션·엔터프라이즈 등으로 구분된다.
AI 모델이 대형화되면서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가 늘고 있지만 전력 확보가 주요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국이 비도심 지역으로 데이터센터를 분산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서도 인프라와 수요가 갖춰진 기존 클러스터에 대한 선호는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분포가 기존 집적지역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형태보다는 기존 클러스터를 확대하거나 새로운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제훈 한경연 뉴K-산업팀 책임은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의 분포는 수요 근접성, 운영 및 구축비용 등 3가지 축을 중심으로 결정되며, 데이터센터 유형에 따라 개별 축에 대한 가중치 평가가 상이하다”고 분석했다.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도 유형에 따른 분포 특성이 나타났다. 보고서가 분석한 운영 중 데이터센터 69개소 가운데 코로케이션 데이터센터가 48개소로 69.6%를 차지했으며, 이 가운데 80% 이상이 수도권에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향후 건설 또는 계획된 데이터센터에서는 코로케이션과 클라우드의 성격이 결합된 하이퍼-코로케이션 유형이 64.3%를 차지했다.
하이퍼-코로케이션은 초대형 규모를 갖추면서 코로케이션 방식으로 운영되는 데이터센터다.
이 책임은 해당 보고서에서 “전문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시설을 구축하고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가 장기 계약 등을 통해 이용하는 형태가 확대되면서 기존 유형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데이터센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수도권 집중과 함께 비수도권 지역의 특성을 활용한 사례도 나타났다. 동아시아 시장과 연결되는 해저케이블을 활용하거나 폐광 부지와 갱도 등을 데이터센터 입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러한 입지 분산이 수도권 중심 구조를 단기간에 바꾸기보다는 기존 클러스터와 새로운 거점이 병존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정책 방향 역시 데이터센터 유형과 입지 결정요인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클라우드나 AI 학습처럼 비용 최적화가 중요한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전력 확보와 운영비 절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비수도권의 전력 여유지역이나 산업단지 인근 입지를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코로케이션이나 AI 추론처럼 수요와의 접근성이 중요한 시설은 고객 기업과 산업 집적지에 가까운 입지가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전력계통 접속과 입지 수용성을 관리하는 동시에 비수도권에 새로운 수요 기반을 형성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개별 시설이 아니라 지역의 AI 전환과 산업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거점으로 활용할 필요성도 제시됐다.
이 책임은 보고서를 통해 “기업과 지역이 협력해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AI 관련 인프라와 인재를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전력·용수·냉각 방식과 AI 워크로드, 지역 고용 및 세수 효과 등을 지속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통계와 정책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