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 연구에 주력하던 박영옥 박사는 그 기술을 자연스레 집진 분야로 이어갔다.
1982년부터 현재까지 집진기술 연구에 몰두하면서 실제 장치 개발에 참여하기도 한 박영옥 박사(사진)를 만나 국내 사정을 짚어봤다.
집진기술 원리는 전기식, 여과식, 세정식, 원심력 등으로 정해져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해 장치를 만드는 기술은 해외 선진국이나 우리나라나 똑같다.
집진장치 원리에 따라 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능력에 차이가 있는데, 현재 국내에서는 각 집진 원리의 장점만을 뽑아 융합시키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면, 전기와 여과, 전기와 세정, 원심력과 여과 이렇게 합치는 것이다.
두 개 이상의 원리를 이용해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계속 연구가 진행중이고 실제 산업체에도 적용을 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집진기술에서 미국이나 독일, 일본이 우리보다 우위에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수준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집진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수준은 우리나라가 최고이다.
다만 이것은 대규모 연구소에 한정된 이야기이고, 실제 중소기업이 보유한 제작기술력은 많이 부족한 편이다.
향후 먼지와 오염물질, 수은, 니켈 등 중금속 물질을 동시에 제거할 수 있는 제3세대 융합형 집진기술이 요구되는 바, 성능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실제 집진기 업체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국내 집진기 시장의 경우, 대부분 중소기업이 집진기 제작과 설치를 담당하고 있고, 대기업은 거의 손을 떼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연구소와 협력하고 있는 몇몇 중소기업만 살아남는 형편이고, 많은 집진기 업체 가운데서도 실제 개발력까지 갖추고 있는 기업은 20개도 채 안된다.
자금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은 여건상 대형보다는 소규모 집진기 개발에 치중하고 있다.
집진장치 시장 규모가 작지는 않지만, 환경오염방지 분야가 이익 창출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업체에서 선뜻 투자한다고 나서지 않는다.
현재 집진시설 중 노후된 장치가 대부분이라 모두 바꿔야 할 상황이지만 기업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 정부의 법 규제 또한 그리 엄격하지 않아서 사용자들이 시설 교체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한 이유다. 이러한 마인드가 존재하는 이상 집진기 시장의 발전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영세 업체들에 대한 정부지원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집진기 제작 업체들도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는 옛 설계도면을 그대로 이용하는 등 옛 제품을 고집하고 있다.
최소한 집진 전문 업체라면 박사나 시뮬레이션 기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여건이 안 된다. 이들 업체의 경우 경험이 많기 때문에 문제점은 잘 알고 있으나, 해결의 뒷받침이 부족하다.
국내 집진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우리나라의 집진장치도 앞으로 2개 이상의 원리가 접목된 하이브리드형으로 가야한다. 여기에는 기존 방식에서 성능 향상을 위해 핵심기술의 보완이 필요하다.
4~5년 정도 쓸 수 있는 여과포 장치를 개발한다거나, 세정식 집진기의 경우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재질을 개발한다든가 등등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집진장치 제조업체와 사용자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집진장치도 오염물질 발생원에 따라 가장 적합한 것이 있다. 발생원에 따라 그에 맞는 집진장치를 설치해야 효율을 높이고 오래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범용 집진기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사용자들이 전혀 바꾸려 들지 않는다.
정부 또한 영세업체에 대한 지원폭을 늘리거나, 정책적으로 유도를 해서 상황을 인식하게끔 해야 할 것이다.
기술개발 및 제작 업체들도 정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타 업체와 서로 우위에 있는 기술력을 공유하는 등 상생체제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다아라 이경옥 기자(withok2@daar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