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도가 날로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태양광 발전에 대한 연구개발이 집중, 다각화되면서 보다 획기적이고 실용 가능한 결과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화력에너지에 이어 미래 에너지 산업을 이끌어 갈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태양광 에너지는 자동차를 넘어 선박과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그 활용범위를 확장시키며 가능성을 펼쳐보이고 있다.
솔라 임펄스, 태양광 비행기 가능성 ‘입증’
스위스의 항공기 개발사 솔라 임펄스(Solar Impulse)가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유인(有人) 비행기 솔라 임펄스 ‘HB-SIA’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세간의 화제가 됐다.
솔라 임펄스 사의 공동 개발자이나 창립자인 버트란트 피카르와 안드레 보쉬버그는 환경오염 없는 비행기를 만들어 보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태양광 비행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개발자인 피카르는 1992년 대서양 횡단 기구 경주의 우승자일 뿐만 아니라 1999년 열기구 하나로 세계 일주에 성공한 놀라운 이력을 자랑한다. 그가 솔라 임펄스를 개발하게 된 동기 또한 단순하다. 열기구로 세계를 여행하면서 열기구를 띄우는 데 무려 4t의 가스가 사용됐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친환경 비행기를 개발을 결심하게 됐다는 것.
피카르와 보쉬버그에 의해 2009년 솔라 임펄스의 첫 번째 모델인 ‘HB-SIA’를 개발됐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3일, 세계 최초 태양광 비행기를 세상에 선보이며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태양 에너지만으로 400m 비행에 성공한다.
몸체보다 긴 날개를 가지고 있는 솔라 임펄스 HB-SIA는 날개 위에 1만 2000여 개의 태양전지판을 장착해 6kw의 태양광 에너지를 생성한다. 날개의 길이는 64.3m로 에어버스 A340에 맞먹으며, 무게 감소를 위해 기체와 부품까지 가벼운 탄소 소재로 제작, 비행기임에도 일반 승용차 무게에 가까운 1600kg에 불과하다. 또한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종사 1명만 탑승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흥미로운 점은 태양이 없는 밤에도 비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낮 동안 축척한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밤에도 운항이 가능한 것. 태양전지판에서 만든 전기 에너지로 4개의 프로펠러를 가동시키고, 남은 에너지는 리튬전지에 저장하는 시스템으로 작동된다.
밤낮에 상관없이 비행할 수 있다는 이점을 이용해 실제로 2010년 26시간 연속 비행에 성공한다. 낮에는 보다 많은 태양 에너지를 얻기 위해 주로 1만 2000m의 상공에서 비행을 하고, 밤에는 고도를 낮춰 3000m 상공을 날며 전력소모를 최소화하며 비행을 감행했다.
여세를 몰아 이듬해 솔라 임펄스 두 번째 모델인 ‘HB-SIB’를 개발했으며, 같은 해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프랑스 파리까지의 모의 비행을 도전, 이 역시 세계 최초라는 기록을 세웠다. 1600km에 이르는 거리 비행에 성공하면서 다가오는 2014년 세계 일주라는 계획을 준비 중이다.
세계 일주를 앞두고 있는 HB-SIB는 솔라 임펄스사와 선파워 사의 합작으로 만들어졌으며 HB-SIA보다 성능과 기술면에서 우수하다. 선파워 사가 개발한 태양전지판을 2만 2000여 개 장착했으며, 에너지 변환 효율 또한 22.7%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는 비행시간을 늘리는 데 중요한 핵심 기술이다.
태양광 비행기 개발에 주요 기술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솔라 임펄스 사는 “태양광 비행기 개발에 사용된 기술 중 기존 항공기 제조 기술은 단 5%에 불과하며, 95%는 새로운 기술이다. 또한 수많은 수행 착오 끝에 핵심 해법은 비행 기술이 아니라 에너지 절약 기술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튀라노 호, 태양 에너지로 전 세계 항해 중
솔라 임펄스 외에도 태양 에너지를 이용한 시도는 점점 그 폭을 넓혀가며, 바다 위의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한 선박 개발에 앞 다투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하늘 위에 솔라 임펄스가 있다면 바다 위에는 세계 최대 태양광 선박인 PlanetSolar의 튀라노(Turanor) 호를 꼽을 수 있다.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영감을 얻어 이름 붙여진 튀라노 호는 ‘태양의 힘’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튀라노 호 역시 태양전지판을 이용해 추진되는 선박이며, 2010년 3월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솔라 임펄스보다 앞서 세계 일주를 시도, 현재 18개월의 일정으로 대서양을 건너 북미대륙 동편에서 서편으로 세계 일주 중에 있다.
2010년 9월 27일 모나코 항구에서 출항한 튀라노 호는 항해를 시작한지 61일 만에 대서양 횡단에 성공해 태양광 선박 중 최단 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별다른 이상 없이 순항을 보이고 있으며 올해 4월 출항지였던 모로코로 귀항 예정이다.
길이 31m, 폭이 15m의 선체 구조로 이루어진 튀라노 호는 약 500㎡ 상당의 선체 위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했다. 18.8%의 에너지 효율을 지니며, 리튬전지에 충전된 전기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해 없이도 3일 동안 운항이 가능하다. 선박에는 튀라노 호 개발자이자 모험가인 라파엘 돔얀(Rafael Domyan)과 선장 패트릭 마르체스를 포함한 6명의 선원이 탑승하고 있으며, 최대 40명까지 탑승 가능하다.
줄 베른의 소설에 아이디어를 얻어 튀라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라파엘 돔얀은 “고갈되고 있는 석유 소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동시에 신재생 에너지의 거대한 잠재력을 입증하고 홍보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
또한 “튀라노 호는 우리가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일이 아닌 지금 변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배는 일반시장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낙관적인 미래를 보여 줄 수는 있다”고 전언했다.
세계 일주를 앞두고 있는 솔라 임펄스와 전 세계를 순항 중인 튀라노 호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개발과 연구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이 활짝 열린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개발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비행기의 경우까지 개발에 성공한 이상 앞으로의 그 발전 속도는 가속도를 달 것이라는 의견 또한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상상’에 의해서 개발된 두 결과물이 이제 ‘현실’이 됐다. 이에 따라 그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솔라 임펄스 HB-SIA의 평균 비행 속도는 70km, 태양광 비행기의 상용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분석하며, 튀라노 호 역시 높은 가격으로 인해 대중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기는 마찬가지라 지적하고 있다. 반면 태양광 에너지,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해 전 세계를 일주할 수 있을 만큼의 기술력을 갖추게 됐으며, 친환경 에너지 개발 영역의 프리즘을 확장시킨 점은 높이 사기 충분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먼 미래에 있을 법한 일들이 하나 둘씩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태양광 에너지에 대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은 이미 입증이 됐고, 주어진 가능성으로 어떻게 요리를 하느냐는 이제 우리들의 숙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