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간 가방 한 우물, 제품력으로 승부
- 한국판 ‘샤넬’ 브랜드 만들겠다는 포부
서울 중랑구 상봉역의 부근의 한 골목길에는 동기상사(대표 김경중)가 있다. 여성용 핸드백을 전문으로 만드는 업체다. 1987년 문을 연 이 회사는 올해로 창업한 지 26년이 됐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시장 장악, 중국산 제품들의 가격 공세 등 국내 제조업체가 길을 이어나가기 쉽지 않은 분야다. 그런데도 이 회사는 온라인 수출 기회를 찾아 해외 시장 개척에 박차를 다하고 있다.
가방 장인 30년의 시작은 욕심과 끈기
30여 년 전, 20살의 나이에 강원도 삼척에서 상경한 김 대표는 우연한 기회로 가방 제조 일을 시작했다. 잠깐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일단 시작하니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모르는 건 집요하게 물어보고, 문제가 생기면 밤을 새워 해결하면서 가방 제조 기술을 배웠다. 원단부터 재단, 패턴, 디자인, 제작까지 모든 공정을 배워 가방을 보기만 해도 장 단점을 알 수 있는 가방 도사가 됐다. 지금은 국내 OEM, 온라인 쇼핑몰, 해외 수출에 이르기까지 여성 가방 계통에서 동기상사하면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다.
위기를 기회로, 부도에도 쓰러지지 않고 온라인에서 기회 찾아
동기상사의 성장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납품한 가방 상당수가 불량으로 되돌아와 밤새 수리하며 고생한 적도 있고, 7년 전에는 국내 OEM으로 거래하던 중에 10억이라는 부도도 맞았다. 너무 힘들고 앞이 막막했지만 과감하게 인터넷으로 눈을 돌려 오픈 마켓 판매를 시작했고, 인터넷의 특성상 자연스레 해외 온라인 수출 판매로 이어졌다. 국내에서만 통했던 동기상사의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는 기회를 엿보게 된 것이다. 오픈 마켓에 올린 정보를 보고 영국, 프랑스에서 문의가 들어오는 걸 보면서 온라인 무역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틈새 시장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사실 동기상사가 무역에 관심을 가진 건 10여 년 전. 초창기에는 해외로 출장을 가기도 했지만 성과가 거의 없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여러 온라인 무역 사이트를 이용한 무역 활동을 진행했는데, 그 중에서 구매 의사를 가진 바이어의 피드백이 가장 빠른 곳이 알리바바닷컴이었다.
여러 기술 장인의 손길 거치는 엄격한 품질관리
동기상사의 경쟁력은 30년 장인이 만든 가방의 품질이다. 25년~30년 이상 된 기술자들이 함께 모여 좋은 원단과 부자재를 들여 제품을 생산하다 보니 마무리가 깔끔하고 하자가 없는 것이다. 동기상사의 알리바바닷컴 사이트를 들어가면, 제품 사진과 자세한 상품 설명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실물로 보는 것 같이 선명하고 디테일한 특징을 담은 제품 사진을 통해 품질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알리바바닷컴에 제품을 업데이트 한 지 일주일도 안 돼서 홍콩의 대기업이 직접 동기상사 공장을 찾아왔다. 제품을 실제로 본 후에는 샘플 주문도 없이 초기 오더로 5만 불의 상품을 주문했다. 중국 제품과 비교해 비싼 가격을 얘기하던 바이어들이 동기상사에 직접 와서 사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제품의 품질을 보고는 30년 장인의 솜씨를 신뢰하게 된 것이다.
많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중국산의 가격 공세에 밀려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살아남은 제조업체들 대부분은 3, 40년씩 되는 이른바 가방 ‘장인’들이다. 김 대표에게는 꿈이 있다. 동기상사뿐만 아니라 국내 동종업계 기술 장인들이 힘을 모아 샤넬 못지 않은 최고 품질의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가방을 제조하는 기술 장인에서 한 단계 발전해 품질을 갖춘 국내 브랜드로 해외 시장에서 승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