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순환경제는 환경이나 자원순환 정책이 아니라 ‘경제 정책’으로 접근해야 하며, 이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환경한림원 허탁 회장(건국대학교 명예교수)이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개최한 ‘재활용의 기준을 다시 묻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진행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허 회장은 “순환경제는 ‘전 과정(Life Cycle)’의 관점에서 의도적으로 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고, 폐기된 것을 재활용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것”이라며 “새로 사는 것보다 고쳐 쓰는 게 비싸면 순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환경제의 지향점은 인간이 만드는 물질이 자연 생태계처럼 순환되는 것”이라며 “순환경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적인 불편을 감수하고 환경에 더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Green economy’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국제 표준화 기구(ISO,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에서는 순환경제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순환경제 도입 및 모니터링 사례를 검토해야 하는데, 허탁 회장은 순환경제와 관련된 10개 국가 지표를 관리하고 있는 프랑스를 예로 들었다.
순환경제가 일자리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살폈다. 2015년 영국 Green Alliance의 조사를 인용해, 제조업은 로봇·자동화로 인해 노동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순환경제는 제품수명 연장·유지보수·재사용 등 일자리 배출 유발 개수가 높은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해설이다. 정수기 구매 시 기업이 정기 점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점검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순환경제의 효율적 생산을 위한 개념으로 ‘산업 공생(Industrial symbiosis)’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석유화학단지에는 석유화학 공장이 주로 입주해 있는데, 이 공장들은 가동하면서 폐열을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석화 단지 내에 시멘트 공장을 조성하면, 폐열이 시멘트 생산의 원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대량 고객화 (Mass Customization)’, ‘제품-서비스 시스템(PSS, Product-Service-System)’ 등을 소개한 허 회장은 “법이나 규제는 대기업 중심의 선형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재활용 기업들은 높은 비용과 복잡한 절차로 어려움을 겪는다”라며 제도적 개선을 요구했다.
더불어 ▲순환경제 기업 대상 녹색금융 선별 지원 ▲플랫폼과 시장 형성 ▲정부 주도 시범사업 ▲자원 중심 세제시스템 전환(자원세, 탄소세) ▲EU ESPR (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 대응 국내 에코디자인 추진 방향 및 체계 지원 ▲LCA(Life Cycle Assessment, 전과정평가) 중심의 자원순환 제도 개선 등을 제언했다.
허탁 회장은 “순환경제에서 폐기물은 ‘잠시 잘못된 장소에 있는 내일의 자원’으로, 올바른 방법과 방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라며 “일정 핵심요건 충족 시 순환자원으로 인정해 주고, 이종 산업 간 순환고리를 형성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되는 규제를 타파하는 등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